• 15 15℃ 서울
  • 15 15℃ 인천
  • 13 13℃ 춘천
  • 10 10℃ 강릉
  • 15 15℃ 수원
  • 17 17℃ 청주
  • 17 17℃ 대전
  • 13 13℃ 전주
  • 17 17℃ 광주
  • 16 16℃ 대구
  • 15 15℃ 부산
  • 16 16℃ 제주

장애 아들에 '밀양 참사'로 엄마 죽었다고 차마 말 못한 아빠의 절규

'밀양 참사'로 숨진 故 이희정씨 가족의 사연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한다.

인사이트

연합뉴스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아내를 잃은 남편은 차마 아들에게 '엄마가 죽었다'는 소식을 알리지 못하고 절규했다.


지난 27일 중앙일보는 이번 '밀양 참사'로 숨진 희생자 중 가장 젊은 이희정(35)씨의 빈소를 찾아 유가족들의 현재 심경을 전했다.


화재가 발생한 지난 26일 밀양 희윤병원 장례식장에 이씨의 빈소가 마련됐다. 지난해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를 다쳤던 이씨는 물리치료 잘 한다는 말에 12월께 세종병원으로 옮겼다.


이씨가 발견된 곳은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온 2층 입원실이었다. 오전 9시께 남편 문모(47)씨가 아내의 사고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달려왔다.


남편 문씨와 아내 이씨는 12살 차이나는 띠동갑 부부였다. 14년 전 이제 막 21살 된 아내의 귀여운 외모로 푹 빠진 문씨는 몇 달 구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두 사람에겐 올해 중학생이 되는 아들이 있다. 아들 문군은 태어날 때부터 뇌병변 장애를 알고 있었다. 


주변에서 장애인 시설에 맡기라고 권유 했지만 엄마 이씨는 10년 넘게 식당일을 하며 아들을 지극정성으로 돌봤다. 


2년 전부터는 교육을 위해 특수시설에도 보내기 시작했다. 엄마 이씨는 이런 아들의 첫 초등학교 졸업식을 손꼽아 기다렸으나 끝내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사고 당일 남편 문씨는 차마 아들에게 엄마의 죽음을 알리지 못했다. 아들이 충격 받을까 봐 걱정됐기 때문이다.


유독 엄마에게 매달렸던 아들은 27일 아침이 되어서야 소식을 들었다.


이씨의 어머니는 "손자 상태가 걱정돼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손자가 충격받지 않아야 할 텐데 걱정"이라며 눈물을 보였다.


인사이트연합뉴스 


그동안 이씨가 병원에 있으면서 이들 가족은 주말에 딱 한 번 다함께 모였다. 화물차 운전을 하는 문씨는 이날만 기다리며 일주일을 버텼다고 했다. 


이번에도 주말을 앞두고 아내를 만날 생각에 들떠 있었는데, 마지막 인사도 하지 못한 채 떠나보내게 됐다. 문씨는 그 절망감과 비통함에 또 한 번 통곡했다. 


문씨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들도 엄마가 집에 오기만 손꼽아 기다렸다. 이젠 그런 주말이 다시 올 수 없다는 게 믿기질 않는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다음 날인 27일까지 아내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상복으로 갈아입지 않았던 문씨는 오후가 되어서야 상복을 입고 조문객을 맞이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한편 사고 발생 사흘째인 오늘(28일) 오전 화재로 숨진 환자와 병원 의료진 38명 중 일부 사망자의 발인식이 진행됐다.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고인을 바라보며 유족들은 오열을 금치 못했다.


밀양시는 '밀양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공설 화장장을 먼저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나머지 유가족들은 오는 30일까지 장례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밀양문화체육회관에도 사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 24시간 운영 중인 이곳에는 추운 날씨 속에서도 고인을 추모하기 위한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주변 지인들은 물론 일면식은 없지만 안타까운 희생을 위로하고픈 많은 시민들이 이곳을 찾았다. 시는 28일 오전 7시까지 4천 348명이 합동분향소를 찾았다고 밝혔다.


"전체가 울었다"…세종병원 화제 참사에 '초상집' 된 밀양시인구 11만명의 소도시에 일어난 비극으로 27일 이웃사촌이 모두 함께 울었다.


마지막까지 환자 대피시키다 건물 내부서 숨진 밀양 병원 당직의사밀양 세종병원에서 일어난 대형 화재 참사 당시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려 노력한 당직 의사는 병원 안에서 숨진채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