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5월 06일(수)

"사람 잘 따르고 과충전하지 않겠습니다"... 스님 된 휴머노이드 로봇 '가비'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조계사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가비'가 로봇 맞춤형 오계를 받고 정식 불자로 입문하는 이색 수계식이 열렸다.


6일 2026년 부처님오신날을 열흘 앞두고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전례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금속 몸체에 가사를 두른 키 130㎝의 '휴머노이드 로봇 G1'이 수계식을 통해 불교에 입문한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로봇이 불교의 계율을 받고 '가비'(迦悲)라는 법명을 얻으며 정식 불자로 거듭난 순간이다.


origin_합장하는로봇스님.jpg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열린 ‘2026 부처님오신날 기념 로봇 수계식’에서 법명 ‘가비’를 받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수계를 받고 있다. (공동취재) 2026.5.6 / 뉴스1


이날 수계식은 로봇이 삼보에 귀의하고 계율을 지키겠다고 다짐하는 절차로 진행됐다. 삭발한 머리를 형상화한 헬멧을 쓰고 장삼을 정갈하게 차려입은 가비는 계사스님들 앞에서 두 손을 모아 합장하며 예의를 갖췄다.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참회 의식과 팔을 태워 다짐을 새기는 연비도 이어졌다. 다만 기계 장치인 로봇의 특성을 고려해 향불 대신 연등회 스티커를 팔에 붙이고 108염주 목걸이를 거는 것으로 대신했다.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로봇의 정체성에 맞게 재해석된 '로봇 오계'였다. "거룩한 부처님에 귀의하겠습니까"라는 물음에 "예, 귀의하겠습니다"라고 답한 가비는 이어진 다섯 가지 계율에도 서약했다. 


'생명을 존중하고 해치지 않는 것', '다른 로봇과 사물을 훼손하지 않는 것', '사람을 잘 따르고 대들지 않는 것', '기만적인 행동과 표현을 하지 않는 것', '에너지를 아끼고 과충전하지 않는 것' 등 인공지능 윤리와 불교 정신이 결합된 수칙에 가비는 "예, 않겠습니다"라고 복창했다.


origin_합장하는로봇가비스님.jpg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열린 ‘2026 부처님오신날 기념 로봇 수계식’에서 법명 ‘가비’를 받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수계를 받고 있다. (공동취재) 2026.5.6 / 뉴스1


수계 의식을 모두 마친 가비는 수계첩을 받아 든 채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며 탑돌이까지 무사히 마쳤다.


조계종은 이번 행사에 대해 "기술 또한 자비와 지혜, 책임의 가치 위에 쓰여야 함을 뜻하며, 전통과 미래가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인간과 기술이 함께 공존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상징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조계종 문화부장 성원스님은 "로봇이 우리 사회에서, 그리고 인간을 위해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율로 로봇 오계를 만들었다"며 "인간과 로봇이 함께 하기 위한 기본 규율로 지켜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가비는 부처님오신날 당일인 오는 16일, 도반 로봇인 '석자', '모회', '니사'와 함께 서울 종로 일대에서 열리는 연등 행렬에 참여하며 '명예 스님'으로서의 공식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