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A씨가 기재했던 요청사항/ 온라인 커뮤니티, (아래) A씨가 남긴 불만족 후기 / '배달의민족' 캡쳐
[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배달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의 가맹점 사장이 고객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며 협박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고객의 집주소와 전화번호까지 공개됐는데도 배달의민족이 안일하게 대처해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2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신상정보 가지고 협박하는 강남 배달음식점'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방금 있었던 일"이라며 본인이 겪은 가맹점 사장과의 논쟁 과정을 공개했다.
A씨는 요청 사항에 '문 앞에 둬 달라'고 했다고 벨을 누르거나 문자를 남겨두지 않고 음식만 놓고 간 한 가맹점에 대해 불만족 후기를 남겼다.
그는 "상식적으로 아무 말도 없이 음식만 놓고 가면 어떻게 알겠느냐. 시킨 음식은 이미 차갑게 굳어 있었다"고 적었다.
'배달의민족' 앱 캡쳐
그러자 가맹점 사장 B씨가 A씨의 리뷰에 댓글을 남겼다. B씨는 "해달라는 거 해줬더니, 어거지 소리하지 말라"며 A씨의 전화번호와 집주소를 공개했다.
참고로 댓글이 달린 리뷰 게시판은 배달의민족 앱을 통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공간이다.
B씨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A씨를 고소하겠다고까지 밝혔다.
특히 B씨는 "XX건물 오른쪽 사시는 분"이라고 정확히 A씨의 거주지를 명시했다.
원래대로라면 배달 자체는 전문 배달 기사가 따로 하므로 B씨는 A씨의 정확한 집 위치를 알 수가 없다.
혼자 살고 있는 여성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사장이 내 집까지 직접 찾아와 확인해본 것 같다"며 두려움을 표했다.
배민측과 한 전화내용입니다.
— 신상유출 및 협박 피해자 본인 (@YU58IHOHZfujSZX) 2018년 1월 24일
배민 앱에 제 집주소와 전화번호가 뿌려져서 그 댓글을 삭제해달라고 배달의 민족 측에 전화를 했을때는 삭제 권한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놓고 제가 판에 올려 일이커지자 그제서야 제 신상이 있는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pic.twitter.com/qiK7hVYyPt
A씨는 곧바로 배달의민족에 "내 신상이 공개된 댓글을 삭제해 달라"며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배달의민족 측은 "욕설 외에는 삭제 권한이 없으니 사이버 수사대에 직접 신고하라"고 응답했다.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 A씨는 "다른 리뷰를 보니 이런 일이 많았다"며 자신과 같은 사례들을 캡처해 올렸다.
가맹점 사장 B씨는 예전부터 불만족 후기를 남긴 손님들의 전화번호, 주소, 직장 등의 신상정보를 알아내 공개적으로 게재해왔던 것이다.
당시 피해를 입은 손님들 또한 배달의민족에 신고나 민원을 제기했지만 B씨는 지금까지 아무런 제재 없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오히려 B씨가 운영하는 가맹점은 배달의민족 우수업소로 수차례 선정돼왔다고 A씨는 주장했다.
'배달의민족' 앱 캡쳐
이러한 전적을 미루어보아 A씨는 "이 일도 그냥 넘겨질 것 같다"고 걱정을 드러냈다.
이와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사건을 공유하며 배달의민족 측에 항의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배달의민족은 24일 고객 신상정보가 담긴 B씨의 댓글들을 삭제하고 공식 블로그를 통해 "초기 대응이 미흡했던 점 사과드린다"며 공지 글을 게재했다.
배달의민족은 "상담사가 매뉴얼 숙지를 제대로 하고 있지 못했다"고 설명하며 "문제가 된 업주에게 엄중히 경고했다"고 밝혔다.
덧붙여 해당 사건을 정부 심의관리 기관인 한국인터넷진흥원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에 정식으로 신고하고 검토를 의뢰했다고 전했다.
한편 배달의민족은 인사이트와의 통화에서 답변을 정리해 자세한 입장을 알리겠다고 했으나, 회신이 오고 있지 않은 상태다.
'배달의민족' 공식 블로그
황효정 기자 hyoj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