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
[인사이트] 배다현 기자 = 술 취해 행패를 부리는 손님들 때문에 죄 없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2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주폭이 편의점 깽판 치고 간 자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각종 물품이 잔뜩 흩어져 있는 편의점 계산대와 와인병이 깨져 엉망이 된 바닥 사진이 포함돼 있었다.
글쓴이는 "일하기 싫다"며 "(손님이) 술 먹고 와서 진열장에 세게 부딪혀 와인 깨뜨리고, 지갑도 술 먹고 두고 와서 깽판을 쳤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은 물건 파손 건은 돈을 줘서 고소가 불가능하고 영업 방해로 고소가 가능하니 생각해보라고 조언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점주님은 다치지 않아 다행이라고 했다"며 "정말 이게 무슨 일인지 다리가 후들거린다"고 심정을 전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야간에 홀로 근무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은 이처럼 취객들의 시비나 난동을 겪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난 20일에는 담배를 달라는 손님에게 주민등록증을 요구했다가 막말과 폭행을 당한 아르바이트생의 이야기가 보도되기도 했다.
당시 손님은 카운터 위의 초콜릿과 젤리 등을 집어던지며 "나 원래 싸가지없거든? 넌 더 맞아야 돼" 등의 폭언을 했다.
아르바이트생이 경찰에 신고를 하자 손님은 "어차피 나 여기 안 살아서 못 잡지롱 메롱"이라고 말한 뒤 도망친 것으로 전해져 사람들을 경악케 했다.
영화 '카트'
현재 우리나라 편의점은 총 3만여개, 직원은 15만여명으로 추산된다.
수많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감정 노동과 강력 범죄에 노출되어 있으나 안전 장치가 없어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알바노조가 전·현직 편의점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2017 편의점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 응답자의 54.4%가 폭언이나 폭행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에서도 야간 아르바이트생들의 피해는 더 크다. 여성 아르바이트생이 야간 근무를 할 경우 성희롱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그럼에도 편의점 안전 대책은 부족한 상황이다. 편의점 49.5%는 카운터에 순간적인 대응을 어렵게 만드는 접이식 출입구를 두고 있었다.
CCTV 이외 어떠한 안전 장치도 없는 편의점이 전체의 26.6%였다.
노동계에서는 안전 대책 마련을 요구했으나, 업주들은 본사의 지원 없이 모든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알바노조 등 노동계는 '편의점 안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범죄와 폭력, 진상 손님에 대한 대처와 성희롱 등 상황에 대한 아르바이트생 안전 교육과 범죄예방환경디자인(CPTED), 안전장비 등 설비 일체를 본사가 책임져야 한다는 내용이다.
배다현 기자 dahyeo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