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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빠 폐 반쪽씩 딸에게"…국내 첫 '폐이식 수술' 성공

국내 의료진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살아있는 사람의 폐를 이식해주는 생체 폐 이식 수술에 성공했다.

인사이트박승일 교수, 어머니 김해영씨, 오화진양, 아버지 오승택씨 / 연합뉴스


[인사이트] 이별님 기자 = 서울아산병원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살아있는 사람의 폐를 이식해주는 생체 폐 이식 수술에 성공했다. 


지난 15일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폐 이식 팀은 지난달 21일 말기 폐부전으로 폐의 기능을 모두 잃은 오화진 씨(20)에게 아버지 오승택 씨(55)와 어머니 김해영 씨(49)의 폐를 이식해주는 생체 폐 이식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생체 폐 이식은 기증자 두 명의 폐 일부를 떼어 폐부전환자에게 이식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이는 기증자와 수혜자 모두 안전한 수술방법이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오씨는 2014년 갑자기 폐에 이상이 생겼고, 지난해 7월 심장이 정지되는 위험에 빠졌으나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다시 심장마비가 온다면 소생 확률이 20%에 불과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국내에서 뇌사자의 폐를 이식받으려면 평균 1,456일을 기다려야 했다. 기증된 폐가 워낙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안 오씨의 부모는 일본에서 생체 폐 이식으로 저명한 교토의대 병원의 히로시 다테 교수에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연락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후 오씨의 부모는 딸을 살리기 위해 서울아산병원 폐 이식팀을 만났고, 폐 이식팀은 오씨 부모의 간절한 요청을 듣게 됐다.


인사이트박승일 교수, 어머니 김해영씨, 오화진양, 아버지 오승택씨 / 연합뉴스


다행히 폐 이식팀은 오씨 부모가 접촉한 히로시 교수를 2008년부터 찾아가 수차례 생체 폐 이식 수술법을 교육받은 경험이 있었다.


폐 이식팀은 대안을 찾기 위해 긴급회의를 열었다. 현행법상 폐는 간장이나 골수처럼 생체 이식 대상 신체 부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폐 이식팀은 언제 사망할지 모르는 오씨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생체 폐 이식 진행에 대해 대한흉부외과학회·대한이식학회에 의료윤리적 검토를 의뢰했다.


아울러 정부 기관과 국회,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 대한이식학회에 보고해 오씨를 위한 생체 폐 이식 수술의 불가피성을 설득해 나갔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다행히 긍정적인 답변을 받은 아산병원 폐 이식팀은 지난달 오씨 아버지의 우측 아래 폐와 어머니의 좌측 아래 패를 떼어내 이식하는 수술에 무사히 성공했다.


중환자실 집중치료를 받은 후 오씨는 6일 만에 인공호흡기를 떼고, 이달 6일 일반 병동으로 옮겨지는 등 현재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딸을 위해 폐의 일부를 기증했던 오씨의 부모 역시 수술 후 6일 만에 퇴원해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수술을 집도한 박승일 흉부외과 교수는 "생체 폐 이식을 국내 최초로 성공해 기쁘게 생각한다"며 "뇌사자 폐 이식을 기다리다 상태가 악화해 사망하는 환자를 비롯해 소아 환자들에게 또 다른 치료방법을 제시한 중요한 사례"라고 전했다.


"아버지 아프다"라는 말에 바로 '간이식' 하겠다고 나선 16살 효자 아들위독한 아버지 상태를 알고 망설임 없이 간을 기증한 어린 아들이 주위를 훈훈하게 한다.


이별님 기자 byul@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