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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볼 생각에 설레요”…소년원 학생들의 수능

10일 조선일보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서울소년원은 올해 ‘수능 시험장’으로 지정돼 소년원 내 고봉중고교에 다니는 25명의 학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한다.


 

"저도 이제 공부해서 열심히 살고 싶어요!"

 

10일 조선일보 단독 보도에 따르면 서울소년원은 올해 '수능 시험장'으로 지정돼 모두 25명의 학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한다.

 

철조망이 빼곡한 2m 담장에 둘러싸여 있는 서울소년원 내에는 비행청소년 240여 명이 다니는 고봉중고교가 자리잡고 있다.

 

평소 고교 졸업장을 따기 위한 '검정고시' 공부가 이뤄지고 있었지만, 아이들은 공부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커닝으로만 검정고시에 합격하기 일쑤였다.

 

지난해 5월 서울소년원에 부임한 한영선 원장은 꿈을 잃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싶었다.

 

학생들을 제대로 공부시키기로 마음먹은 한 원장은 검정고시 응시자 수를 크게 줄이고, 책상 간격을 늘려 커닝을 하는 학생은 바로 퇴실시켰다. 

 

그러자 100%에 가까웠던 검정고시 합격률이 62%로 떨어졌고 학생들은 '이러다 졸업장도 못 따겠다'는 생각이 들자, 검정고시 합격을 위해 펜을 잡고 공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 뒤로 놀라운 변화가 시작됐다. 검정고시 합격자가 점차 많아지면서 아이들은 대학이라는 더 큰 꿈을 품었던 것이다.

 

수능이 100일로 코 앞에 다가올 때쯤, 이곳에서는 '수능 공부' 바람이 불었다. 한영선 원장은 하루 6시간씩 강의를 늘렸고 외부 강사와 대학생 멘토를 잇달아 초빙했다.

 

종소리만 울리던 교내 스피커에서는 영어 듣기 평가가 흘러 나왔으며 밤 늦은 시간까지 형광등 조명이 빛났다.

 

보호직 공무원들은 아이들의 담당선생님을 자처했다. 야간자율학습 감독을 봐주고 학생들에게 맞는 수능 전형을 지도해 올 해 대학 수시 모집에서 9명을 합격시키는 기적을 만들었다.

 

학생들의 변화는 놀랍다. 벽면에 가득했던 사회에 대한 비난과 분노, 자신에 대한 자조의 글들이 하나둘씩 지워졌다.

 

힘센 학생들이 약한 학생들을 괴롭히던 이른바 '셔틀'이 사라졌고 공부에 재미를 붙인 아이들이 서로를 격려하기 시작했다.

 

한 학생은 "내가 심부름시키던 친구가 수능 준비를 하며 미래를 그리는 모습을 보고 '내가 무슨 짓을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변화에 가장 행복한 것은 바로 부모들이다. 이모(18)군 어머니는 "아들에게 18년 만에 처음 책을 사달라는 말을 듣자, 눈물이 났다"며 벅찬 감동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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