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8일(목)

끝까지 '책임' 미룬 박근혜 대통령의 세번째 대국민 담화

인사이트연합뉴스


[인사이트] 정은혜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퇴진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국회의 결정에 따라'라는 단서를 달면서 공을 국회로 넘긴 모양새다.


2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만에 다시 나타나 세번째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지난달 25일 최순실 의혹과 관련해 처음으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지난 4일 특검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 결국 퇴진 의사를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 의사'에는 어딘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하야도 퇴진도 아닌 '진퇴(직위나 자리에서 머물러 있음과 물러남)'라는 단어를 사용했고, 자신의 진퇴 여부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발표한 점도 그렇다.


겉으로는 법적 절차에 따라 퇴진 의사를 밝힌 듯 보이지만, 국민들이 즉각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마지막까지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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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치권이 논의하여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라는 말은 곧 여야 정치권이 정권을 이양할 방안을 만들어오지 못하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미와 같다.


실제 대통령이 던진 모호한 퇴진 의사 발표와 함께 여야 정치권이 분열되는 양상을 보면 과연 박근혜 대통령이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을까 의심스럽다.


만약 예측 했다면 순수하게 국회의 뜻에 따라 퇴진할 계획보다는 국회의 분열 양상을 이용하려는 정치적 노림수가 계산됐을 가능성이 더 높은 상황이다. 


또 대통령의 세번째 담화문에서는 현재의 상황을 초래한 것에 대한 책임 의식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박 대통령은 "단 한순간도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지만 주변 관리를 못한 것은 제 잘못"이라며 이번 게이트에 자신이 핵심적으로 연루돼 있던 것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심지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대기업 회장들을 독대한 뒤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에 수백억 씩 자금이 모였다는 의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모든 의혹에 대해 "저로서는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한 일들이었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 한 줄로 일축했을 뿐이다. 


대통령이 국민들이 그토록 원하던 '퇴진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에게조차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에는 마지막까지 제대로 된 의혹 규명은 하지 않고 책임을 미루는 모습을 보여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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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혜 기자 eunhy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