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이트] 정희정 기자 = 60대 노모를 모시고 처음 떠난 가족여행이 한순간 끔찍한 악몽으로 변한 가슴 아픈 사연이 전해졌다.
비극의 주인공은 평생 자식만을 위해 살아왔던 60대 어머니였다. 61살 김 모씨는 일찍이 남편을 잃고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홀로 4남매를 키웠다.
어른이 된 4남매는 뿔뿔히 흩어져 바쁘게 살면서 어머니를 찾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다.
하지만 4남매는 더 늦기 전에 어머니를 모시고 여행할 계획을 세웠고, 서울에 살고 있는 막내 아들과 작은 딸은 어렵게 휴가를 얻어 시골로 내려왔다.
몸이 불편한 큰 아들(44)을 제외한 3남매는 어머니와 함께 전남 여수에 있는 '향일암'으로 향했다.
향일암은 어머니가 예전부터 꼭 한번 가보고 싶다고 말씀하셨던 장소였다. 남매는 이를 기억하고 첫 가족 여행지로 향일암을 선택했다.
생전 처음으로 자식들과 함께 여행길에 오른 김씨는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자식들 역시 어머니가 가고 싶어하던 향일암으로 떠난다는 생각에 한 껏 들떠있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단란했던 생애 첫 가족여행은 악몽이 됐다.

시멘트를 실은 25t 트레일러 차량이 김씨 가족이 타고있는 아반떼 승용차를 덮친 것이다.
당시 운전대를 잡았던 김씨의 막내 아들(36)이 대처할 틈도 없이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났다.
사고는 지난 14일 전남 여수시 만흥동 엑스포 자동차 전용도로 마래터널을 지나던 중 발생했다.
이 사고로 뒷자석에 타고있던 어머니 김씨는 숨지고, 옆에 앉아있던 큰 딸(41)은 크게 다쳐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운전을 했던 막내 아들 조씨와 조수석에 타고 있던 작은 딸(39) 역시 다쳐 병원으로 후송됐다.
당시 터널 안은 신호대기로 많은 차량들이 멈춰있던 터라 피해는 더 컸다. 다른 차량의 운전자 등 피서객 4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첫 가족여행을 떠났던 조씨 가족은 한순간에 어머니를 잃은 슬픔에 비극으로 변했다.
사고를 낸 트레일러 운전자 유 모(53)씨는 졸음운전을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전남 여수경찰서는 유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