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7일(수)

공부 못하는 고3 동생이 서울대생 형을 울린 사연


KBS2 '너를 기억해', Facebook 'SNU Bamboo Grove'

 

[인사이트] 성보미 기자 = "너는 언제나 나의 자랑스러운 동생이야"

 

18일 서울대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서울대생 형이 수능을 앞둔 동생을 향한 애정 어린 편지글이 공개됐다.

 

글쓴이는 어릴 때부터 공부를 곧잘 하던 본인의 그늘에 가려져 "OOO의 동생"으로 불리는 동생을 안타까워했다. 또 친척들이 동생에게 "형은 서울대 들어갔는데, 너는 공부 잘하니?"라고 물을 때마다 글쓴이는 불편한 마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또 공부에 관심이 없었던 동생은 매번 중하위권의 성적표를 받아왔기에 더욱 비교가 됐다. 하지만 동생은 형이 서울대에 진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독서실과 인강을 끊어달라고 하더니 매일 새벽 1시면 녹초가 되어 들어왔다.

 

글쓴이는 우연히 동생의 필통에 명문대의 스티커가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고 "대견하면서도 목표를 너무 크게 잡은 것이 아닌가 걱정했다"고 말했다.

 


tvN '응답하라 1988'

 

그렇게 1년 반이 지난 어느 날, 동생은 상위권에 속하는 모의고사 성적표와 지원 가능 대학교 명단에 목표로 했던 학교명이 당당하게 적힌 결과물을 형에게 건넸다.

 

그는 "동생은 누구보다도 나에게 인정받고 싶어 했던 것 같다"며 "더 이상 형의 그늘에 가려지지 않고 자기 자신으로서 주변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싶었던 것 같다"며 그런 동생을 기특하게 여겼다.

 

끝으로 "설령 수능을 못 봐서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한다 하더라도 너는 언제나 나의 자랑스러운 동생이다. 수능 끝나면 술이나 같이 한 잔 하자꾸나"고 동생을 향한 메시지도 남겼다.

 

"직접 말하기는 낯부끄러워 대숲의 힘을 빌려본다"고 끝맺은 그의 글에는 동생을 지극히 사랑하는 형의 따뜻한 마음씨가 녹아들어 있었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 역시 "부끄럽겠지만 직접 말해주세요. 격려가 될 거예요", "정말 보기 좋다"며 사연 속 형제를 향해 열띤 응원을 보냈다.

 

이렇듯 십수년을 동고동락하며 자란 형제이지만 낯간지러운 말은 쉽사리 못하는 이들이 머지않아 서로 술잔을 기울이며 뜨거운 형제애를 나눌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