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에서 온몸으로 혈액을 보내는 대동맥의 벽이 찢어지는 대동맥 박리는 한 시간마다 사망률이 1%씩 증가하는 초응급 질환이다.
이런 치명적인 질환을 앓던 99세 초고령 환자가 성공적인 수술 끝에 건강을 되찾고 100번째 생일을 무사히 맞이했다.
8일 서울아산병원은 만 99세 이승만 할아버지의 대동맥 박리 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고 밝혔다. 이 할아버지는 대동맥 박리 수술을 받은 국내 최고령 환자로 기록됐다.
서울아산병원
1926년 8월5일 강원도에서 출생한 이 할아버지는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다 정년퇴직 후 아들 내외와 서울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고령임에도 실내 활동이 가능했고 세 끼 식사를 빠짐없이 챙길 정도로 비교적 건강한 상태를 유지했다.
6월 28일 늦은 밤 이 할아버지는 갑작스러운 의식저하와 구토 증상으로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에 실려왔다.
의료진이 흉부 CT 검사를 실시한 결과 대동맥 박리가 확인됐다. 특히 대동맥 박리가 심장과 인접한 상행대동맥 부위에서 발생해 초응급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만 99세라는 나이 탓에 수술 자체가 극도로 위험했다. 수술을 진행하더라도 성공 가능성은 30~40%에 불과했다. 하지만 수술을 받지 않으면 일주일밖에 생존할 수 없다는 진단에 보호자는 의료진을 신뢰하고 수술을 선택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심장혈관흉부외과 구민정 교수팀은 6월 29일 새벽 2시가 넘은 시각 손상된 대동맥을 인조혈관으로 교체하는 대동맥치환술을 진행했다.
수술 중 대동맥의 손상 부위가 노출되면서 혈압이 급격히 하락하는 위험한 순간이 찾아왔다. 의료진은 즉각 심폐순환을 실시해 환자의 혈압과 순환을 안정시키며 수술을 계속했다. 5시간이 넘는 수술 끝에 이 할아버지는 중환자실로 이송됐다.
회복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상태가 호전돼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는 순간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는 등 여러 차례 고비를 넘겨야 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한 달간의 집중치료를 받은 끝에 일반병실로 옮겨진 이 할아버지는 지난달 5일 병실에서 100번째 생일을 맞았다. 의료진은 케이크를 직접 준비하고 작은 생일 파티를 열어 환자의 생일을 축하했다.
구민정 교수는 "환자분이 초고령자인 만큼 수술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면서 "연세가 있어서 수술 후 회복이 더디긴 했지만 앞으로도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은 축하의 마음을 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할아버지는 "한평생 병실에서 맞는 생일은 처음이다. 목숨을 살려주신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복에 겨운 축하까지 해준 우리 선생님께 정말 고맙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수술 한 달 반 만에 건강하게 퇴원한 이 할아버지는 현재 일상생활을 회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