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08일(화)

"실종자와 함께 인증샷 찍어야 종결"...경찰 새 매뉴얼에 일선 반발

제주도에서 발생한 실종 신고 허위 종결 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실종 사건 처리 절차에 큰 변화가 생겼다. 경찰은 이제 단순 가출로 추정되는 사건이라도 실종자를 직접 만나 사진을 찍거나 지문을 채취해야만 수색 종결이 가능해졌다.


6일 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달 28일 전국 경찰서와 지구대를 대상으로 새로운 실종 사건 처리 기준을 시행했다. 핵심은 '실종자 대면 확인과 증거 제출 의무화'다.


국가수사본부가 제시한 객관적 증거는 경찰관과 실종자가 함께 촬영한 사진, 또는 지문 인증 자료다. 아울러 실종자가 가족에게 돌아가기를 원치 않거나 자신의 위치를 알리고 싶지 않을 경우, 경찰은 서면으로 된 의사확인서를 받아야 한다.


경1.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종전 매뉴얼도 대면 확인을 원칙으로 했지만, 성인 실종자가 만남을 거부할 경우 전화로 위치와 안전을 확인한 뒤 그 사유를 시스템에 기록하면 종결 처리가 가능했다. 일선 경찰들은 위험도가 낮은 단순 가출 사건의 경우 대부분 전화 확인으로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제주 부 경장과 같은 허위 종결을 막기 위해 경찰관이 실종자를 대면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하도록 했다"며 "말로만 만났다고 해도 확인할 방법이 없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 경찰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경찰청 내부 익명 게시판에는 "싸움 뒤 집을 나간 연인을 실종자로 신고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라며 "이런 실종자도 모두 직접 대면해 사진을 찍어야 하니 너무 힘들다"는 글이 올라왔다. 다른 게시글에는 "좋은 일로 마주친 것도 아닌데 갑자기 인증샷 찍자고 하니 현장에서 실종자들의 거부감이 크다"는 하소연도 담겼다.


업무 처리 속도가 느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종 수색 업무를 맡은 한 경찰관은 "보통 단순 실종신고는 신고 들어온 당일에 바로 처리를 했지만 최근엔 대면 확인 절차 때문에 처리가 늦어진다"며 "단순 실종 신고도 며칠 동안 실종프로파일링 시스템에 남아 있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경2.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전문가들은 인증 절차 강화가 오히려 긴급한 실종 사건의 대응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송원대 경찰행정학과 박종철 교수는 "인증 사진 요구가 제주 부 경장 사례와 같은 부정 종결 사건을 막기 위한 단기 보완책은 될 수 있다"면서도 "”실종 수색 업무의 현실을 고려한다면 장기적으로 유의미한 대책이라고 할 순 없다"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실종 담당 인력은 한정적인데 모든 가출 신고를 대면으로 처리하면 꼭 찾아야 할 실종자를 놓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