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27일(토)

베네수엘라 연쇄 지진 사망자 920명으로 늘어... "여진만 214차례"

지난 24일 베네수엘라를 강타한 규모 7.0 이상의 연쇄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920명을 넘어섰다.


지진 발생 이틀 만에 부상자는 3,360명, 이재민은 4,000명을 돌파했으며, 유엔은 실종자 규모가 무려 5만 명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군 병력과 해외 구조대가 본격적으로 수색 작업에 투입되면서 잔해 속에 묻혀 있던 매몰자들이 잇따라 확인돼 피해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호르헤 로드리게스 국회의장은 26일 TV 연설을 통해 사망자가 920명으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같은 날 오전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이 밝힌 589명보다 불과 몇 시간 만에 300명 이상 급증한 수치다.


주거용 건물은 물론 병원과 상업 시설 등 전국적으로 1,423개에 달하는 건축물이 파괴되었으며, 정부는 피해 주민들을 위해 200만 회분이 넘는 식량 배급에 나섰다. 톰 플레처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은 "건물 잔해를 수색하는 작업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방대한 규모가 될 것"이라며 현장의 심각성을 전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라과이라 주다. 디오스다도 카베요 내무부 장관은 라과이라 주에서만 무너진 건물이 100채를 넘고, 피해 주민도 7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인사이트 2026년 6월 25일(현지 시간)베네수엘라와 카리브해 지역을 강타한 규모 7.2의 지진 이후, 한 사람이 무너진 건물 잔해 사이를 걷고 있다. / GettyimagesKorea


첫 지진 이후 214차례의 여진이 계속되는 위험천만한 상황 속에서도, 라과이라 주민들과 수도 카라카스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은 구조 장비가 턱없이 부족해 맨손과 간단한 도구만으로 잔해를 옮기며 실종자를 찾고 있다. 현지 일간 엘 나시오날은 장비도 없이 맨손으로 구조에 나선 현장 분위기를 "충격적이고 절망적"이라고 보도했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행정 공백과 치안 불안에 대한 주민들의 분통도 커지고 있다. 구조 장비가 부족한 데다 군경의 모습도 보이지 않자 한 주민은 "여기엔 아무도 오지 않고, 가족들이 무사한지 묻는 사람조차 없다"며 울분을 토했다.


무법천지가 된 혼란을 틈타 상점과 무너진 가옥에서 식료품뿐 아니라 가전제품까지 훔쳐 가는 약탈행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에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은 지지부진한 구조 작업과 치안 조정을 위해 군대를 포함한 치안 요원 1만 1,500명을 라과이라 주에 순차적으로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의 도움도 이어지고 있다. 엘살바도르, 칠레, 스페인, 독일, 스위스, 멕시코의 구조요원과 의료진이 현지에 도착해 활동 준비에 착수했다. 하지만 수도 카라카스에서 동쪽 라과이라 주로 갈수록 갈라진 도로 때문에 이동이 매우 어려운 상태다. 현재 라과이라 주로 향하는 도로는 일반 차량 진입이 전면 통제된 채 구조 활동과 물자 수송 차량만 드나들고 있으며, 반대로 간신히 건진 물건을 챙겨 가며 라과이라 주를 탈출하려는 피난 행렬은 꼬리를 물고 있다.


2026년 6월 25일(현지 시간) 베네수엘라와 카리브해 지역을 강타한 규모 7.2의 지진 이후 로스 팔로스 그란데스 지역에서 무너진 건물의 모습 / GettyimagesKorea2026년 6월 25일(현지 시간) 베네수엘라와 카리브해 지역을 강타한 규모 7.2의 지진 이후 로스 팔로스 그란데스 지역에서 무너진 건물의 모습 / GettyimagesKorea


현지 언론은 베네수엘라의 주요 관광지이자 한적한 휴양지였던 라과이라 주가 주거 단지, 휴가용 아파트, 호텔 등이 먼지와 콘크리트 더미로 변하며 완전히 황폐해졌다고 전했다. 절망에 빠진 주민들은 대규모 건물이 통째로 무너져 내린 이번 참사를 보며 "1999년 5만 명 이상이 숨진 대홍수의 비극보다 4배는 더 심각하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