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의 철도 유지보수 역량이 모로코에서 대형 장기 사업으로 확장됐다.
차량 공급에 이어 20년 유지보수까지 확보하면서 철도차량 수출의 무게중심이 ‘공급 물량’에서 ‘생애주기 관리 역량’으로 넓어지는 흐름도 뚜렷해졌다.
현대로템은 최근 모로코 라바트에서 모로코 철도청(ONCF)과 전동차 유지보수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7482억원이다. 현대로템이 해외에서 수주한 철도 유지보수 사업 가운데 최대 규모다.
이용배(왼쪽) 현대로템 대표이사 사장과 모하메드 라비 클리 모로코 철도청장이 지난 18일(현지 시간) 모로코 라바트에서 전동차 유지보수 사업에 대한 계약식을 진행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현대로템
현대로템은 앞서 지난해 2월 모로코 철도청으로부터 2조2027억원 규모의 2층 전동차 440량 공급 사업을 수주했다.
여기에 유지보수 계약이 더해지며 모로코 사업 전체 규모는 약 2조9500억원으로 확대됐다.
유지보수 대상은 현대로템이 공급하는 전동차 440량 전량이다. 사업은 현대로템과 모로코 철도청이 설립한 합작법인(JV)을 통해 앞으로 20년간 진행된다.
현대로템은 차량 정비와 보수에 필요한 예비 부품을 공급하고, 헬프데스크 운영과 중정비 기술 지원 등을 담당한다.
중정비는 시험과 검사, 수리, 부품 교체 등을 통해 전동차의 성능과 운행 안전성을 유지하는 종합 정비 작업이다.
지난해 '제4회 모로코 국제 철도산업 박람회’에 참가한 현대로템 전시관 전경 / 현대로템
전동차가 장기간 운행되는 철도 산업 특성상 정비 체계와 부품 공급망은 발주처가 사업 파트너를 평가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현대로템이 모로코에서 공급과 유지보수를 함께 맡게 된 배경 역시 차량 제작 기술과 장기 운영 안정성, 현지 대응 체계, 부품 공급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받은 결과로 풀이된다.
모로코 철도 현대화 과정에서 현대로템의 역할도 차량 제조사를 넘어 장기 운영 파트너로 넓어졌다.
모로코의 철도 투자 환경도 현대로템의 사업 확대에 힘을 보탠다. 모로코는 2030년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철도망 확충과 대중교통 서비스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대 도시 카사블랑카를 중심으로 주요 거점을 잇는 교통 수요가 커지고 있으며, 현대로템이 공급하는 2층 전동차도 주 노선에 투입될 예정이다.
국내 철도산업 생태계로 이어지는 파급 효과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유지보수 사업에 들어가는 예비 부품은 국내 200여 개 중소·중견 협력사가 공급할 예정이다.
완성차량 수출이 부품 공급과 정비 기술, 장기 서비스 사업으로 이어지면서 협력사들도 해외 철도 시장에 함께 참여하는 구조다.
현대로템 입장에서는 아프리카 철도 시장 확대를 위한 레퍼런스도 강화하게 됐다. 아프리카 주요국은 도시화와 인구 증가에 맞춰 철도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있다.
모로코에서 차량 공급과 20년 유지보수를 함께 수행하는 경험은 향후 다른 국가의 철도 프로젝트 수주전에서도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사업은 현대로템이 해외 철도 시장에서 차량 제작을 넘어 정비와 부품, 기술 지원까지 아우르는 생애주기형 사업 모델을 고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