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재임 시절 세 차례에 걸쳐 부부 동반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온 것에 대해 "특별한 의문을 갖지 않았다"고 해명해 논란이 일고 있다. 1억 6,000만 원이 넘는 출장 비용에 대해서는 반환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으나, '당연하게 생각했다'는 취지의 해명이 국민 정서와 동떨어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 23일 노 전 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 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 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1차 기관보고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윤상현 국조특위 위원장이 "해외 출장을 보통 부부 동반으로 가느냐"고 묻자, 노 전 위원장은 "2020년 관련 예산이 편성되고 난 뒤 코로나 사태로 불용처리돼 왔다"고 답변을 시작했다.
이어 노 전 위원장은 "실무진에서 지금까지 불용처리가 됐고 부부동반이 가능하다고 했다"며 "당연히 그런 것으로 생각해 특별한 의문을 갖지 않았다"며 "당연히 그런 것으로 생각해 특별한 의문을 갖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어쨌든 국민에게 그렇게 비쳐지는 모습에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6회 국회(임시회)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6.23 / 뉴스1
출장 목적에 대해서는 전자투표 제도 시찰을 꼽았다. 노 전 위원장은 "전자투표 제도가 굉장히 앞서나가고 있었다"며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이렇게 보이지 않은 것을 믿을 수 있을까, 그런 관점에서 에스토니아 등에 직원 파견 등을 보내고 교육도 받게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출장을 갔다"고 설명했다.
윤 위원장이 "출장 비용을 반환할 생각이 있냐"고 추궁하자, 노 전 위원장은 "반환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답했다.
노 전 위원장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덴마크 등 북유럽과 독일, 에스토니아 등으로 총 3차례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매번 아내가 동행했으며, 선관위 예산으로 집행된 확인 출장 비용만 1억 6,247만 원에 달한다. 선관위가 노 전 위원장 아내의 항공료와 숙박비 등을 대신 지불한 것이다.
국조특위 위원들은 노 전 위원장의 해명이 국가 공무원의 일반적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공무 해외 출장에 공직자가 아닌 배우자를 동반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직 사회에서 대통령 부부를 제외하고 공식 출장에 부부가 동행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노 전 위원장이 부부 동반으로 해외 출장을 간 것에 대해 국민들이 굉장히 분노하고 있다. 증인의 배우자가 선거와 관련해 전문성이 있느냐"고 따져 물으며 "소쿠리 투표 사건이 발생해 제도 개선의 골머리를 싸매고 있어야 할 때 해외 출장을 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주 의원은 이어 "채용 비리, 사전투표지 외부 반출 등 맨날 사과만 하면 뭐하냐"며 "해외 출장가서 연구를 해왔다는데 국민들이 용납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6회 국회(임시회)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 출석해 고개를 떨구고 있다. 2026.6.23 / 뉴스1
그러나 노 전 위원장은 실무진의 안내에 따랐을 뿐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실무진에서 계속 불용처리가 됐었지만 부부동반 시 가능하다고 했다"며 "지금까지 전부 다 그렇게 해왔고 아무런 이의제기한 바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윤 위원장이 "피눈물 나는 국민 세금을 부부 동반 해외출장에 썼다는 걸 도둑질했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질타하자, 노 전 위원장은 다시 한번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답변했다.
코로나19로 쓰지 못한 예산을 부부 동반 출장비로 전용한 행위에 대해 법적·윤리적 책임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국조특위는 향후 선관위의 예산 집행 내역 전반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일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