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5월 06일(수)

한화, KAI 투자로 '글로벌 항공 방산' 정조준...완제기·엔진·레이더 한 묶음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투자를 항공 방산 수출 전략의 확장 카드로 꺼내 들었다. 국내 방산시장에서는 공급자 집중 우려도 제기되지만,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오를 것으로 보인다. KAI의 완제기 체계 개발·생산 역량에 한화의 엔진, 레이더, 항공전자, 무장, 우주 역량이 붙으면 수출 제안서의 폭이 더 넓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KAI 주식 10만주를 추가 취득해 관계사 포함 지분율을 5.09%로 높였다. 보유 목적은 기존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했다. 회사는 이날 매입액을 포함해 올해 말까지 총 5천억원을 KAI 주식 매입에 투입할 계획이다.


경영참여로 목적이 바뀌기는 했지만 당장 KAI 경영권을 논할 단계는 아니다. 한화 측은 "구체적 경영 참여 계획은 검토 중"이라며 "향후 KAI 업무 관련 사항이 발생할 경우 회사, 주주,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충분히 감안해 적법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회사의 경영목적에 부합하도록 주주로서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화오션 '반전' 만든 김동관式 성장 전략, 한화솔루션에도 이어질까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


지분 매입의 1차 명분은 사업 협력이다. KAI는 방산회사이면서 한국수출입은행이 최대주주인 준공기업 성격을 갖고 있다. 정부 차원의 민영화 논의가 공론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화가 구체적 경영 참여 계획을 먼저 꺼내기는 사실 어렵다.


KAI는 국내에서 전투기급 고정익 완제기 개발·생산 경험을 가진 항공 방산 핵심 회사다. 전투기, 헬기, 무인기 등 항공기 체계 개발과 생산을 맡고 있고 인공위성 개발 기술도 갖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엔진과 우주발사체 핵심 부품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항공전자와 레이더를 맡는다. 국내 최대 규모 민간 위성 생산 시설인 제주우주센터도 지난해 완공했다. KAI는 기체 플랫폼을, 한화는 엔진·레이더·항공전자·무장을 맡을 수 있는 구조다.


해외 항공기 수주는 기체 인도로 끝나지 않는다. 엔진 정비, 항전 장비 교체, 센서 개량, 무장 추가, 운용 지원이 후속 계약으로 이어지는 게 보통이다. FA-50과 KF-21 수출이 확대될수록 한화가 엔진, 레이더, 항공전자, 무장 분야에서 들어갈 수 있는 사업도 늘어난다.


양사는 이미 항공엔진, 무인기, 우주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한화는 KF-21 수출 경쟁력 강화, 국산 전투기 장착용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개발, 특수작전용 헬기 성능개량 사업 제안 등을 KAI와의 협력 사례로 제시했다. 지난 2월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KAI는 항공엔진, 무인기, 우주 분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바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옥 전경 / 사진제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옥 전경 / 사진제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


물론 공급자 집중 우려도 제기된다. KAI가 항공 방산의 핵심 회사이고, 한화가 지상·해양·우주 방산에서 몸집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다만 방산 계약은 일반 제조업처럼 기업이 가격과 공급 조건을 독자적으로 정하는 구조가 아니다. 정부 승인, 원가 검증, 방위사업 절차가 중요하다. 한화의 KAI 지분 확대를 국내 독점 논란으로만 재단하기 어려운 배경이다.


해외 고객은 국내 공급자 구도보다 체계 통합 능력, 납기, 가격, 후속 지원 역량을 본다. 완제기 수출이 늘면 엔진, 항전, 무장, 정비 협력사도 후속 사업에 들어갈 수 있다.


한화의 시선은 국내 조달시장보다 해외 수주전에 꽂혀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라인메탈, BAE시스템스, 레오나르도 등 유럽 대형 방산기업은 인수합병과 사업 확장을 거치며 플랫폼, 부품, 무장, 후속지원 역량을 키워온 점을 보면 그렇다. 방산 수출이 장기 운용 지원과 성능개량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규모와 공급망을 갖춘 기업의 협상력도 커졌다는 것이 핵심이다.


유럽 항공·방산 산업도 통합을 거쳐 몸집을 키웠다. 프랑스 아에로스파시알, 독일 DASA, 스페인 CASA는 국경을 넘어 합쳤다. 미국 항공·방산 기업에 맞설 체급 확보가 배경이었다. 항공·방산은 연구개발비가 크고 투자 회수 기간이 길다. 개별 회사 단위로는 대형 수주전에서 가격, 공급망, 후속 지원 조건을 동시에 맞추기 어렵다. '시너지'가 필요하다는 논리는 그래서 나온다. 


항공 방산 수요를 둘러싼 안보 환경도 달라졌다. 중국은 해·공군과 미사일 전력을 키우고 있고, 북한은 핵·미사일 고도화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도 방위비 확대와 반격 능력 확보를 국가 안보 전략에 반영했다. 이 구도에서는 국내 시장 집중 문제와 별개로 수출 경쟁력, 공급망, 후속 지원 체계가 함께 고려될 필요가 있다.


선택된 이미지사진제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정부 주도의 KAI 민영화 논의가 열릴 경우 한화는 검토 가능성을 닫지 않았다. 


한화 측은 "사업 시너지 가치와 투자 가치를 모두 고려해 지분 확대를 검토 및 추진하는 것"이라며 "향후 정부 등의 주도로 민영화가 공론화될 경우 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추어 인수 또는 통합 등 계획 추진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KAI 최대주주는 한국수출입은행이고, 정부가 민영화 논의를 공식화한 것도 아니다. 한화도 구체적 경영참여 계획은 검토 중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한화는 KAI 지분 5%를 넘기며 주주명부에 먼저 이름을 올렸다. 한화가 제시한 명분은 경영권보다 KAI와의 사업 협력, 국내 점유율보다 항공 방산 수출 경쟁력에 맞춰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