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가혹행위를 당하고 끝내 암으로 세상을 떠난 고(故) 윤동일 씨의 명예회복을 위한 국가배상 소송이 법정에서 막을 올렸다.
2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는 윤 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 유족 측은 과거 수사기관이 작성한 기록 일체를 증거로 제출해달라고 국가에 요청했다.
이춘재가 출석하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501호 법정. 2020.11.2 / 뉴스1
재판부 또한 국가 측에 해당 기록 제출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을 당부하며 신속한 진실 규명 의지를 보였다. 다음 재판은 오는 7월 7일로 예정됐다.
윤 씨는 1991년 이춘재 9차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돼 가혹한 수사를 받았다. 당시 혈액형 감정 결과가 범인과 달라 살인 혐의는 벗었지만, 수사기관은 강제추행치상 혐의를 별도로 씌워 그를 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윤 씨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수개월간 구금 생활을 견뎌야 했다. 출소 후 투병 끝에 1997년 26세라는 젊은 나이에 숨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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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반전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위원회는 2022년 12월 "경찰 수사 과정에서 불법 체포와 가혹 행위, 증거 조작 등 위법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이를 근거로 열린 재심에서 수원지법은 지난해 10월 "경찰에서의 자백은 강압 수사로 인한 것이어서 신빙성이 없다"며 33년 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유족 측은 이번 소송을 통해 당시 국가 공권력의 불법 행위가 한 청년의 삶을 어떻게 파괴했는지 증명하고, 고인의 고통과 가족들이 겪은 피해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