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낮 12시, 서울 삼성동 대웅 본사 앞에서 한국의약품유통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 대규모 규탄 대회가 열린다.
이들은 대웅제약이 추진 중인 '거점도매' 정책에 반발하고 있는데, 이번 갈등은 단순한 이해관계 충돌을 넘어 제약사와 유통업계 간 힘의 균형을 둘러싼 구조적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거점도매'는 특정 도매업체를 중심으로 유통을 집중시키는 건데, 물류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이 제약사에게 장점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거점 중심 유통은 이커머스 업계의 공룡 '쿠팡' 등에서 이미 활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실제로 쿠팡은 전국 주요 물류센터를 통해 재고를 집중 관리함으로써 배송 속도를 높이고 물류비용을 낮춰 수급의 안정성을 확보하고있다.
사진 제공 = 대웅제약
이와 관련해 유통업계가 문제 삼는 지점은 비교적 명확하다. 대웅제약의 이 정책이 시행됨으로써 다수의 유통업체가 공급망에서 배제돼 '생존권'을 위협받는다는 주장이다.
비대위는 전국 회원사 참여를 통해 투쟁 기금을 조성하고, 차량 스티커와 현수막 부착 등 조직적인 대응에 나선 상태다.
나아가 대한약사회 등 유관 단체와의 연계를 통해 약국 현장에서의 품절 사례를 부각시키고, 대체조제 확산까지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일부 약사 커뮤니티에서는 대웅제약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품목 공유가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움직임은 단순 반발을 넘어 실질적인 시장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유통망이 흔들릴 경우 약국 단위에서의 공급 차질로 연결될 수 있고, 이는 곧 제약사의 매출과 점유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제공 = 한국의약품유통협회
대웅제약 입장에서는 유통 구조를 단순화해 효율성을 높이려는 전략적 선택일 수 있다. 물류 단계를 줄이고 거점 중심으로 재편할 경우 재고 관리와 배송 속도, 수요 대응 측면에서 효율성이 개선될 여지는 분명하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유통을 줄이는 것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생성되는 데이터가 어디에 쌓이고 누구에게 공유되느냐가 더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배송 경로, 재고 상황, 지역별 수요 정보 등은 단순 물류 정보가 아니라 시장을 좌우하는 핵심 자산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러한 데이터가 거점 도매업체에만 집중될 경우, 기존 중소 도매업체는 단순히 거래에서 배제되는 것을 넘어 정보 접근에서도 밀려날 가능성이 있다.
사진 제공 = 한국의약품유통협회
반대로 데이터가 약국과 중소 도매까지 함께 공유되는 구조라면, 공급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시장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갈등의 본질은 '유통 구조 개편'을 넘어 데이터를 누구와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있다. 효율성을 앞세운 구조 변화가 산업 전반의 균형을 해치지 않기 위해서는, 물류뿐 아니라 정보까지 함께 설계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웅제약의 거점도매 실험은 이제 단순한 유통 전략을 넘어, 의약품 시장에서 데이터가 권력이 되는 구조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