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업체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설립 후 처음으로 파업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파업이 실행될 경우 바이오 제조업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9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은 이날 마감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조합원 95.38%가 참여해 95.52%의 찬성을 얻었다고 밝혔다.
노조는 4월 21일 또는 22일 사업장 집회를 진행한 후 5월 1일 노동절부터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전체 직원의 약 75%인 3689명이 가입한 노조에서 95%를 넘는 투표율을 기록한 것은 조직 전체의 파업 의지를 보여준다.
노조는 평균 14% 임금 인상, 개인당 격려금 3000만 원, 영업이익 20% 성과급 배당, 3년간 자사주 배정 등을 요구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 사진 제공 = 삼성바이오로직스
회사 측은 6.2% 임금 인상을 제시했으며, 초과이익성과급(OPI)은 그룹 가이드라인인 영업이익 10% 또는 경제적부가가치(EVA) 기준 20% 수준을 제안했다.
박재성 노조 위원장은 "삼성전자 등 그룹 내 다른 계열사 교섭 결과와 비슷하게 결정되는 보상 관행이 반복되면서 이것이 우리의 결과물인지에 대한 의구심과 간극이 크다"며 "수치를 떠나 이번 결과는 업계 1위 기업 위상에 맞는 독자적인 보상 체계 수립을 원하는 구성원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가 요구하는 '경영 결정 시 사전 동의' 조항도 주요 쟁점이다. 노조는 분할이나 합병 등 주요 경영 사안 결정 시 합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채용과 승진, 징계 등 인사 전반에서도 사측이 노조와 사전 조율을 거칠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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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위원장은 "지난해 인사 문건 유출로 드러난 직원 처우에 불리한 제도 변경 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노조가 전면에 나서서 경영을 하겠다는 개념이 아니라 그런 부분들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경영권과 인사권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양측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5월 1일 파업이 실제 진행될 경우, 발생할 파장에 대해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누적 수주액 5조 5000억 원을 초과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 역량 기준 세계 1위 기업으로 글로벌 빅파마 20곳 중 17곳 이상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문제는 바이오의약품 생산은 살아있는 세포를 다루는 미세 공정으로 24시간 연속 가동이 필수인데, 5월 1일 파업으로 공장 가동에 차질이 생기면 글로벌 고객사에 공급될 약물 기한을 맞추지 못하는 '공급망 셧다운'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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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사 제품을 대신 생산하는 CDMO 기업 특성상 '신뢰도' 타격도 피할 수 없다. CDMO 사업의 핵심 가치는 안정적인 물량 공급이다. 파업으로 인한 공백이 장기화되면 글로벌 제약사들이 향후 물량 배정 시 한국의 노사 리스크를 '공급망 불확실성'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CDMO 기업들이 빠른 증설로 글로벌 생산 순위를 재편하고 있는 상황도 변수다.
미국의 생물보안법 시행 등 글로벌 공급망 재편 기회를 잡아야 하는 시점에 고조된 내부 갈등이 향후 수주 경쟁에서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생산을 위탁한 해외 빅파마들은 공급망 비상사태를 우려하며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신뢰에 큰 타격을 감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