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동조합의 강경 발언이 노사 갈등을 넘어 주주가치 훼손 우려로 번지고 있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직원을 사실상 불이익 대상으로 삼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시장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임단협 충돌이 아니라 반도체 핵심 사업과 밸류에이션을 동시에 흔들 수 있는 변수로 보는 시각이 생겨났다.
9일 삼성전자 공동투쟁본부는 오는 18일까지 전체 조합원을 상대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본부는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삼성전자노조동행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전체 합산 조합원 수는 약 8만 9천명으로 추산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뉴스1
지난 5일 유튜브 방송에서는 총파업 기간 평택 사무실 점거와 사업장 관리·감독 계획, 파업 비협조자 명단 관리, 신고센터 운영과 포상 방침까지 언급됐다. 과반 찬성으로 쟁의권을 확보하면 4월 23일 집회를 거쳐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에 들어가겠다는 계획도 공개됐다.
시장이 예민하게 보는 이유는 이 갈등이 DS부문과 맞닿아 있어서다. 초기업노조 조합원만 6만 6천명을 넘고, 이 가운데 약 5만명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 소속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5년 4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20조 1천억원을 기록했고, 이 중 DS부문 영업이익이 16조 4천억원으로 81.6%를 차지했다.
회사는 지난달 6세대 HBM인 HBM4 양산 출하에 들어갔고,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용 공급 일정도 하반기에 예정돼 있다. 실제 생산 차질이 아직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노조 리스크가 길어지면 공급 안정성과 고객 신뢰를 둘러싼 우려가 먼저 커질 수 있는 구조다.
문제는 이 갈등이 실적보다 먼저 '평가 방식'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와이즈리포트 기준 삼성전자의 최근결산 PER은 28.67배, 2026년 예상 PER은 8.27배, 향후 12개월 기준 PER은 8.02배다. 시장이 이미 큰 폭의 이익 개선을 주가에 선반영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지난 3일 키움증권은 삼성전자의 2026년 이후 실적 전망치를 높이며 목표주가를 26만원으로 상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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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종목에서 노사 갈등이 장기화하면 HBM 등 고부가 메모리의 매출과 이익 추정치가 낮아질 수 있다. 이에 더해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위험 프리미엄이 올라 선행 PER이 축소되는 삼중 압력까지 겹칠 수 있다.
노사 협상의 핵심 쟁점인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 폐지도 부담을 키우는 대목이다. 노조는 연봉의 최대 50%로 묶인 OPI 상한을 없애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회사는 미래 투자 재원과 사업부 간 형평성 문제를 이유로 난색을 보여왔다.
회사는 임금 인상률 6.2%, 자사주 20주 지급, 직급별 샐러리캡 상향, 최대 5억원 주택 대부 지원, DS부문 영업이익 100조원 달성 시 OPI 100% 추가 지급 등의 안을 제시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비용 구조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시장은 이를 '주가 할인' 요인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높다. 노사 갈등이 길어지면 HBM 공급 일정과 고객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삼성전자는 2월 27일 장중 22만 3천원까지 올라섰고, 당시 거래량도 약 5013만주까지 늘었다. 그러나 이날(9일) 장중에는 17만 1900원 수준까지 밀렸다. 고점 대비 약 24.5% 하락한 수치다. 노사 갈등이 길어지게 될 경우 HBM 공급 일정과 고객 신뢰부터 흔들리게 되고 주가 하락 요인은 더 강해질 우려가 제기된다.
고점 구간에서 개인투자자가 대규모로 물량 받아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코스피가 장중 5000선을 돌파한 뒤 1월 23일부터 2월 26일까지 개인투자자는 삼성전자를 6조 314억원 순매수했다. 중동 변수로 시장 변동성이 커진 3월 3일부터 6일까지도 개인은 삼성전자를 4조 920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9일 코스피의 하락으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 뉴스1
외국인이 던진 대표 반도체주 물량을 개인이 받아낸 구조였던 만큼, 이후 노조 리스크가 본격적인 주가 할인 요인으로 번지면 손실 부담 역시 개인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고점 부근에서 추격 매수에 나선 투자자들의 반발과 불만도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파업 자체보다 삼성전자에 형성돼 있던 프리미엄을 누가 훼손하느냐다. 불참자 압박, 신고 포상, 해고·전배 가능성 시사 같은 고강도 메시지는 내부 결속 수단을 넘어 시장에는 비용 증가와 공급 불안, 운영 리스크 신호로 읽힐 수 있다.
그 결과는 이익 추정치 하향, 선행 PER 축소, 주가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협상이 길어질수록 그 비용은 주가로 흘러들고, 가장 많이 받아낸 쪽이 개인투자자라는 게 지금 상황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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