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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노인과 위장결혼해 90억 빼돌린 '꽃뱀'

치매를 앓는 80대 재력가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위장결혼을 하고 90억원 상당의 재산을 빼돌린 60대 꽃뱀이 경찰에 붙잡혔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인사이트] 구은영 기자 = 치매를 앓는 80대 재력가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위장결혼을 하고 90억 원 상당의 재산을 빼돌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15일 경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이모씨(62)를 구속하고 공범인 오모씨(61)와 이모씨(77)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3년 7월 자신을 모 의료재단 이사장이라고 밝힌 이모씨(62)​는 치매를 앓아 판단력이 흐린 재력가 A씨(81)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와 말벗이 돼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씨는 상속 받은 재산 중 90억 원에 달하는 부동산을 놓고 형제들과 다툼을 벌이고 있던 A씨에게 "박근혜 대통령과 친구라 원한다면 대법원 판결을 뒤집을 수 있다"며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선 소송비용이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결국 '모든 재산을 A씨에게 양도한다'는 내용의 유언장과 양도증서를 만들어 지난 2013년 11월부터 2014년 3월까지 3차례에 걸쳐 미국으로 건너가 2억 6천만 원 상당의 펀드 2개를 매각하고 대금은 이씨의 계좌로 이체했다.

 

의심을 받을만 했지만 이씨는 혼인신고서까지 작성해 A씨를 안심시켰고 A씨의 자녀들이 연락하지 못하도록 A씨의 주소를 임의로 옮기고 다섯차례나 휴대전화 번호를 바꿨다.

 

A씨의 자녀들은 모두 미국 영주권자로 먼 이국 땅에서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까맣게 모를 수 밖에 없었다.

 

이씨는 또 다른 이모씨(76), 오모씨(61)와 공모해 2014년 9월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A씨가 살던 자택과 토지 등 90억 원대 부동산을 처분해 59억 원을 뜯어냈다.

 

대부분의 재산을 처분한 이씨는 A씨로 하여금 이혼소송을 제기하도록 해 결국 이혼이 결정나고 이씨는 떠나버렸다.

 

나중에야 소식을 접한 자녀들은 이씨를 상대로 소송했지만 친족 간 재산죄의 형을 면제하는 '친족상도례' 규정에 따라 처벌이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지난해 10월 경찰은 정식 수사에 돌입해 이씨와 공범 2명을 모두 붙잡았지만 A씨는 자신이 사기를 당했단 사실을 알고 분통을 터뜨리다 지난달 중순 안타깝게 삶을 마감했다.

 

경찰 관계자는 "재력가에게 접근해 위장 결혼으로 돈을 뜯는 조직적 범행인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은영 기자 eunyoungk@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