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1월 28일(수)

"치사율이 무려 4배"... 고속도로 2차 사고 주범으로 지목된 크루즈 컨트롤 기능의 충격적인 실태

고속도로에서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과신한 운전자들의 부주의로 인한 2차 사고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4일 서해안고속도로 전북 고창 분기점 인근에서는 SUV 한 대가 교통사고 수습 현장을 덮쳐 전북경찰청 소속 이승철 경정(55)과 30대 견인차 기사가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SUV 운전자는 ACC(어댑티드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작동시킨 상태에서 졸음운전을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최근 2년간 고속도로 2차 사고 사망자 중 8명(14%)이 ACC 기능을 사용하던 차량의 부주의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4일 서해안고속도로 전북 고창 분기점 인근 SUV 한 대가 교통사고 수습 현장을 덮치는 2차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경찰관 등 2명이 숨졌다. / 전북소방지난 4일 서해안고속도로 전북 고창 분기점 인근 SUV 한 대가 교통사고 수습 현장을 덮치는 2차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SUV 운전자는 ACC(어댑티드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작동시킨 상태에서 졸음운전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이 사고로 경찰관 등 2명이 숨졌다. / 전북소방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이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고속도로 2차 사고는 지난 2024∼2025년 139건으로 지난 2022∼2023년(101건) 대비 약 38%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고속도로 전체 교통사고 건수는 3138건에서 2985건으로 감소했지만, 2차 사고만큼은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경찰과 도로공사는 ACC 기능 사용 증가를 2차 사고 급증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ACC는 운전자의 별도 조작 없이 앞차와의 거리를 자동으로 유지하고 설정된 속도로 정속 주행을 지원하는 주행 보조 시스템입니다.


ACC 작동 중 발생한 교통사고는 지난 2020∼2023년 연평균 2.75건에 불과했으나, 지난 2024년에는 12건으로 급증했고 지난해에도 8건이 발생했습니다. 


ACC 사용 중 2차 사고는 지난 2020∼2023년에는 한 건도 없었지만, 지난 2024년과 지난해 각각 3건씩 집계됐습니다.


image.pn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도로공사 관계자는 "현재는 사망 등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고를 중심으로 원인을 집계하고 있어 실제 ACC로 인한 2차 사고는 통계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2차 사고의 치사율은 일반 교통사고보다 현저히 높습니다. 사고 차량이나 수습 인력이 고속도로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상황에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2024년 2차 사고 치사율은 44%로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 치사율(10%)의 약 4배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발생한 2차 사고의 78%는 졸음운전이나 전방 주시 태만이 원인이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ACC는 움직이는 차량을 인식해 차간 거리 유지나 정속 주행을 돕는 기능"이라며 "사고로 정지한 사람이나 차량은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상적인 주행 흐름과 무관한 정지 물체는 ACC의 기본 인식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도로공사는 지난해 9월 서해안고속도로 서울 방향 약 500m 구간에 예산 5500만 원을 투입해 '2차 사고 예방 시스템'을 설치했습니다. 


사고 당사자가 도로변 스위치를 직접 눌러 점멸등을 작동시켜 후행 차량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장치입니다.


하지만 설치 이후에도 해당 구간의 사고가 계속 발생했고, 주행 속도 역시 설치 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차량 판매 단계부터 크루즈 컨트롤 기능의 한계와 위험성에 대한 고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내비게이션 음성 안내를 통해 2차 사고 위험 구역을 알리거나 크루즈 기능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지속적으로 환기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2차 사고 예방을 위해 사고 지점 후방에 탈부착형 충격 흡수 시설(TMA)을 배치하고, 안전 조치 이격 거리를 기존 50m에서 150m로 확대하는 개선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교통사고 현장을 지날 경우 감속을 의무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