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성이 또래 여성을 심리적으로 조종하는 가스라이팅 수법을 사용해 피해자 가족의 재산 100억 원 가량을 편취한 사건에서 항소심 법원이 감형을 선고했습니다.
대구고등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왕해진)는 17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20대)에 대해 1심에서 선고된 징역 20년을 징역 16년으로 감형했다고 밝혔습니다.
함께 재판을 받은 공범 B씨(20대)에게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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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23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만난 20대 여성 C씨에게 연인 관계를 가장하며 정신적 지배를 가하는 방식으로 피해자 부모의 자산 101억408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수사 결과 A씨는 편취한 돈 중 약 70억 원을 상품권으로 교환한 뒤 개인 상품권 업자에게 되파는 방식으로 현금화해 자금 추적을 어렵게 만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A씨는 자신을 한국계 외국인으로 속이며 해외 업무 경비가 필요하다는 거짓말로 피해자를 속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 수법이 계획적이고 지능적이며 피해 규모가 매우 크다는 점에서 죄책이 극히 무겁습니다"라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들은 편취한 돈으로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겼지만, 피해자들은 평생 모아 온 재산을 모두 잃고 막대한 채무까지 부담하게 돼 가정이 파탄되는 처참한 상황까지 이르게 됐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감형 이유로 "압수된 현금과 명품 등이 피해자들에게 교부되면 일부 회복이 가능하고, 사기에 대한 대법원 양형위원회 양형 기준이 징역 6년에서 징역 13년 6개월인데, 원심 판결은 양형 기준을 크게 벗어났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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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재판부는 당초 "다른 범죄로 출소한 지 불과 3개월도 지나지 않은 누범 기간에 동종 사기 범행을 저지르고 경찰 수사 단계에서 범죄 수익금 일부를 B씨의 계좌로 송금하는 등 죄의식이 없고 향후 사기 범행을 반복할 가능성이 있습니다"라며 징역 20년을 선고한 바 있습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29억 원 상당의 현금과 상품권, 명품 시계, 가방 등을 압수했으며, A씨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