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3일(토)

BBC "한국의 수능 영어, 악명 높을 정도로 어렵다... 미친 수준"

영국 공영방송 BBC가 올해 수능 영어 영역의 극도로 높은 난이도를 집중 보도하며, 한국 수험생들 사이에서 벌어진 '불영어' 논란을 세계에 알렸습니다.


BBC는 11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수능 영어가 악명이 높을 정도로 어렵다"고 전하며,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영역에 대해 일부 학생들이 "고대 문자를 해독하는 것 같다"거나 "미친(insane) 수준"이라고 평가한다고 소개했습니다.


특히 39번 문항이 집중 조명을 받았습니다. 이 문제는 비디오 게임 참여자가 가상현실을 인식하는 방식을 다룬 지문에서 문장의 위치를 찾는 문제였는데, 단어 선택과 문장 구조가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BBC 캡처BBC 캡처


BBC는 "많은 이들이 해당 문항을 포함해 여러 문제의 단어 사용을 문제 삼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최고 난이도 문항으로 평가받은 34번 문제에는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법철학이 등장했습니다. 


'법치가 안전과 평화뿐 아니라 자유를 보장한다'는 칸트의 견해를 설명한 후 빈칸에 적절한 문장을 선택하는 문제였습니다. 


BBC는 이 지문을 직접 제시하며 "자신을 시험해보고 싶다면 풀어보라"고 독자들에게 권했습니다.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는 이 문제를 두고 "잘난 척하는 말장난", "형편없는 글"이라는 비판이 나왔다고 BBC가 덧붙였습니다.


gettyimagesBanks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s


BBC는 한국의 수능 제도 전반에 대해서도 상세히 소개했습니다. 


수능을 "매년 11월 치러지는 악명 높은 8시간짜리 '마라톤' 시험"이라고 표현하며 "대학 진학뿐만 아니라 직업, 소득, 미래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학생들은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등에서 약 200문항을 풀어야 하며, 많은 청소년들이 이 시험을 준비하며 성장하고 일부는 네 살 때부터 학원에 다닌다"고 BBC는 전했습니다.


시험 당일에는 항공기 이착륙 시간 조정, 공사 중단, 군사 훈련 연기 등 전국적인 조치가 이뤄진다고도 보도했습니다.


BBC는 "시험 난이도를 둘러싼 비판과 혼란 속에서 최고 책임자가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며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지난 10일 중도 사임한 사실을 함께 전했습니다. 


origin_2026학년도수능시작.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사진공동취재단)


매체는 "1993년 수능 도입 이후 12명의 평가원장 가운데 3년 임기를 모두 채운 인물은 4명뿐이며, 대부분은 문항 오류로 사임했다"며 "난이도 문제로 사임한 것은 오 원장이 처음"이라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