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3일(토)

9년간 부산서 운행된 '산타버스'... 시민 '민원'에 역사속으로

부산 시민들의 겨울 명물로 자리 잡았던 '산타버스'가 화재 위험 민원으로 인해 올해 운행을 전면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9년간 이어져 온 따뜻한 전통이 한순간에 막을 내리게 된 것입니다.


지난 11일 부산 187번 노선을 운행하는 버스기사 A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산타버스 운행 중단 소식을 공개했습니다.


A씨가 올린 사진에는 버스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크리스마스 소품들이 버스 밖에 쌓여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인사이트A씨 SNS


A씨는 "오늘로 187번 산타버스는 운행 안 한다"며 "시에서 민원 신고로 철거 공문이 내려와 내외부 장식을 전부 철거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회사 사무실에서도 노력해 보았지만 이번 일은 어쩔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일부만 철거 후 25일까지만이라도 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안 되더라"고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운행 중단의 직접적인 원인은 화재 위험성을 우려한 민원이었습니다. 버스 내부에 설치된 장식물들이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신고가 부산시에 접수되면서 시정 조치가 내려진 것입니다.


A씨는 2016년부터 올해까지 9년간 자비를 들여 버스를 크리스마스 테마로 꾸며왔습니다. 매년 12월이면 화려한 조명과 산타 장식으로 버스를 변신시켜 시민들에게 기쁨을 선사해왔던 것입니다. 이번 결정에 대해 A씨는 "그냥 여기까지인가 보다"며 "민원 넣으신 분께 감사해야 하나, 아무튼 그분의 뜻대로 산타버스는 안 하게 됐다"고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습니다.


인사이트A씨 SNS


그는 "2025년 크리스마스는 집에서 쓸쓸히 보내야겠다"며 "그동안 노력하고 혼을 담아 준비했는데 아이들이 산타버스 타려고 기다렸을 텐데 많이 아쉽고 미안하다"고 전했습니다.


A씨는 유명세의 양면성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인기가 없을 땐 민원이 없었는데 좋아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유명해지니까 그만큼 싫어하는 이들도 많아지더라"며 "왜 연예인들이 힘들어하는지 조금 이해가 될 듯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A씨의 꿈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는 "진짜 퇴직 후 개인버스라도 장만해서 산타버스를 만들어 어린이들에게 무료로 탑승도 하고 선물도 주는 게 저의 바람이고 꿈"이라고 밝혔습니다.


인사이트A씨 SNS


A씨는 마지막으로 "그동안 저와 저의 산타버스를 사랑해주시고 응원해주신 분들께 대단히 감사하다"며 "189번부터 187번까지 누구도 상상 못 한 이벤트를 하면서 여러분들과 함께여서 행복했고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그는 "제가 만든 산타버스를 타러 와서 즐기고 추억 만들고 가신 분들과 함께 그 시간에 있었기에 평생 기억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