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설치한 보일러에서 가스가 누출됐지만 업체가 고객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부적절한 대응을 했다는 하소연이 전해졌습니다.
지난 9일 방송된 JTBC '사건반장'에서는 80대 노부모와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제보자 A씨의 사연이 공개됐습니다.
A씨는 보일러를 교체했다가 가스 누출 사고를 겪었다고 밝혔습니다.
JTBC
그는 지난 10월 말 15년간 사용한 보일러를 유명 업체 제품으로 교체했습니다. 그런데 새 보일러 가동 직후 썩은 양파 냄새와 같은 이상한 냄새가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본래 가스는 무색·무취이지만, 사고 예방을 위해 불쾌한 냄새를 첨가합니다. A가 새로 교체한 보일러에서 가스가 새고 있던 것입니다.
설치 기사가 와서 여러 차례 점검을 해봤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A씨는 본사에 A/S를 요청했고, 본사 기사가 방문해 보일러 부품을 교체했습니다.
당시 A/S 기사는 "가스 냄새가 나는 건 새 보일러라서 그런 것"이라며 "이 냄새는 보일러 연통 내부에 있는 불순물들이 타는 냄새니까 보일러 연통을 교체하면 안심하고 써도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연통을 교체 후에도 가스 냄새가 지속됐습니다. A씨는 본사에 재차 문의했지만 "문제없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google ImageFx
이후 A씨는 한국가스안전공사에 신고했고, 공사 측 점검 결과 가스가 누출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가스 누출 측정 기계에는 '80'이라는 수치가 표시됐는데, 이를 본 업계 관계자는 "이는 폭발 가능 가스 농도의 80%에 도달했다는 뜻이다"라면서 "적색 경고등도 들어와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A씨가 사실을 본사에 알리자 A/S 기사가 방문해 부품을 교체한 뒤 불량 여부를 확인해주겠다고 했지만, 8일 동안 연락이 없었습니다.
연락을 기다리던 A씨가 본사에 직접 전화를 걸자, 사과 대신 책임 전가성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본사 A/S 관계자는 "우리 계측기로 검사했을 땐 아주 미세한 양만 누출되고 있었고, 냄새는 조금 날 수 있지만, 인체에 해로운 양도 아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A씨는 "집 전체에 가스 냄새가 계속 나는 데 그냥 쓸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따지자, 관계자는 "근데 피해를 봤냐"며 황당한 답변을 내놨습니다.
A씨가 "A/S 기사가 안심하고 써도 된다고 하지 않았냐, 그런데 실제로는 가스가 누출되고 있었고 본사 책임도 있는 것 아니냐"고 항의하자, 관계자는 "내가 가스 냄새가 나면 가스안전공사에 신고해야지. 냄새 나자마자 빨리 신고를 했어야지"라며 큰 소리를 쳤습니다.
이어 "가스 전문가도 아닌데 왜 보일러 업체에 책임이 있다고 하냐"며 "그럼 저희가 죽으라고 하면 죽을 건가. 아니지 않나"라고 호통을 치듯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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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나는 본사 A/S 기사의 말을 믿었던 것"이라고 하자 관계자는 "A/S 기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처럼 들린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결국 양측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통화를 마무리했습니다.
A씨는 연로한 부모님도 같이 사는데 가스 누출 문제로 20일간 보일러를 제대로 틀지도 못했다고 호소했습니다.
'사건반장' 제작진이 해당 업체에 문의한 결과, 본사 관계자는 "A/S 기사가 제보자 집을 방문해서 점검했을 때 문제가 없었고, 고객이 계속 불안해하니까 안심시키려고 '보일러는 이상 없으니까 사용해도 된다'고 말했던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죽으라고 하면 죽을 거냐"고 말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통화 당시에 어떤 말을 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다른 본사 관계자는 이번 사안이 본사의 책임이 아니라며, 최초 보일러 설치를 담당한 대리점에서 손해배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A씨는 "본사에서 책임을 대리점으로 떠넘기려 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문제의 부품도 본사가 가져가서 원인 분석이 제대로 안 될까봐 우려된다"라고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생명과 안전이 걸린 가스보일러를 만드는 업체에서 이런 식으로 대응한다면 어떻게 믿고 사용할 수 있겠느냐"고 우려를 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