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100만 개의 정상 유전자 속에서 암을 유발하는 변이 유전자 1개를 정확히 찾아내는 혁신적인 디지털 PCR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나노종합기술원은 지난 5일 나노바이오개발센터 연구팀이 마이크로웰 성형 디스크 기반의 차세대 암진단 통합형 디지털 PCR 상용화를 달성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문근 책임연구기술원이 주도한 이번 연구는 기존 PCR 기술보다 1,000배 향상된 민감도로 조기암 진단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습니다.
개발된 기술의 핵심은 마이크로웰 디스크 제조기술입니다. 반도체 MEMS 기반의 임프린팅 공정기술을 활용해 디스크 내면에 100~200μm 크기의 마이크로웰 수만 개를 한 번에 대량 생산할 수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마이크로웰은 DNA, RNA, 세포 등을 개별적으로 분리 보관하는 초소형 우물 모양의 공간으로, 시료의 유전자를 응집하고 증폭시켜 암 유전 정보를 정밀하게 분석합니다.
그동안 디지털 PCR 기술은 '0'과 '1'의 디지털 개념을 암 유전자 변이 탐지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지속되어 왔지만, 미세한 웰에 시료를 안정적으로 응집시키는 기술적 한계로 상용화가 어려웠습니다. 이문근 책임연구기술원은 "반도체 임프린팅 공정기술을 응용해 높은 양산성(1백만개/년)과 완성도(생산수율 99%)를 확보함으로써 세계 최초로 제품 양산을 본격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팀이 개발한 디지털 PCR 기술은 기존 PCR의 한계를 뛰어넘는 성능을 보여줍니다. 기존 PCR은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 변이 검출 정확도가 1~0.1%로 최대 1,000개 중 1개를 가려낼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반면 새로 개발된 기술은 100만 개의 유전자에서 변이 1개를 정확히 검출할 수 있어 1,000배 향상된 정확도를 자랑합니다.
특히 연구팀은 디지털 PCR 글로벌 경쟁사 제품에서 흔히 발생하는 '레인 현상'을 원천적으로 해결했습니다.
레인 현상은 증폭 신호와 비증폭 신호가 불명확하게 겹치는 현상으로, 이를 극복함으로써 극미량의 암 유전자 변이도 오류 없이 명확하게 검출할 수 있게 됐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레보스케치의 디지털 PCR 제품 'digiQuark'와 결합된 이 기술은 형광신호 감도와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습니다.
이태재 나노바이오개발센터장은 "시약공정 연구가 아직 남아 있지만, 이론적으로는 모든 암 판별이 가능하다"며 "현재 FDA와 국내 승인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사이언틱 리포트 2024년 5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올해 9월부터는 미국 하버드 메디컬 스쿨에서 다인종 대상 조기 암 검출 기술 공동 연구의 핵심장비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과기정통부 이강우 원천기술과장은 "이번 성과는 나노종기원의 혁신기업 양산시제품개발사업과 과기정통부의 국산연구장비 기술력강화사업 지원으로 이루어졌다"며 "기술개발 → 시제품 실증 → 양산화 스케일업으로 이어진 대표적인 연구장비 국산화와 핵심부품의 상용화 동시 달성 사례"라고 평가했습니다.
지난 2일 나노종기원으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은 레보스케치 이성운 대표는 "지난 5년간 나노종기원의 헌신적인 협력과 상용화 기술개발 역량이 없었다면 핵심부품 양산 기술 확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이번에 마련된 고품질 양산 기반을 통해 하버드 의대와의 공동연구는 물론, 글로벌 정밀의료 시장에서 K-바이오의 역량을 드러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