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출산 방법의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제왕절개 수술로 출산한 산모가 자연분만 산모보다 배 이상 많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7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분만 건수 23만6919건 중 제왕절개가 15만8544건으로 66.9%를 차지했습니다. 자연분만은 7만8375건에 그쳐 신생아 3명 중 2명이 제왕절개로 태어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8년까지만 해도 자연분만이 제왕절개보다 많았으나, 2019년부터 역전 현상이 시작됐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두 출산 방법 간 격차가 8만건 이상으로 벌어져 그 차이가 매년 확대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의료계는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 산모들의 선호도 변화와 의료진의 사법 리스크 회피를 주요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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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적으로는 자연분만이 제왕절개보다 유리한 측면이 많습니다. 자연분만은 분만 후 회복 속도가 빠르고 입원 기간도 상대적으로 짧습니다.
반면 제왕절개는 수술 부위 감염 위험으로 인해 약 1주일간 샤워가 제한되며, 감염이나 출혈 등의 부작용 위험도 높습니다.
특히 모성 사망률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자연분만의 모성 사망률은 10만명당 0.2명인 반면, 제왕절개는 2.2명으로 11배나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왕절개를 선택하는 산모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산모 고령화가 제왕절개 증가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지난해 여성의 평균 출산 연령은 33.7세로, 10년 전보다 1.66세 상승했습니다.
연령대별 통계를 보면 젊은 산모들 사이에서도 제왕절개 선호 현상이 뚜렷합니다. 건보공단 수술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분만 4만328건 중 51%가 제왕절개로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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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절개가 선호되는 또 다른 이유는 예측 가능성입니다. 수술 일정을 미리 정해 계획적으로 출산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산모와 가족들은 사주팔자를 근거로 특정 날짜와 시각을 지정해 출산 일정을 요청하기도 합니다.
의료진 측면에서도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제왕절개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산과 의료사고의 경우 태아나 신생아에게 문제가 발생하면 의료진의 과실이 경미하더라도 아기의 기대 여명을 고려해 배상액이 산정됩니다.
이로 인해 수억원대 배상 판결이 나오는 경우가 빈번해지면서 의료진들이 방어적 진료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