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경찰서에 "아버지에게 가정폭력을 당했다"는 신고 전화가 접수됐습니다.
경찰이 현장에 출동한 결과, 의과대학생 아들이 자퇴서를 제출한 것을 둘러싸고 부자간 갈등이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google ImageFx
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신고자는 20대 남성 A씨로, 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이었습니다.
A씨는 가족과 상의 없이 학교에 자퇴서를 제출했고, 이에 반대하는 아버지와 심각한 갈등을 빚었습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A씨와 그의 부친은 서로 화를 삭이지 못한 채 대립하고 있었습니다.
A씨는 경찰에게 자신이 녹음한 부친과의 대화 내용을 제시했습니다. 녹음파일에는 "수십 년을 키워줬는데 가족과는 상의 한마디 없이 이게 무슨 짓이냐"고 따지는 목소리가 담겨 있었습니다.
하지만 욕설이나 폭행 등 실제 가정폭력의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 역시 부친을 "당신"이라고 부르며 분노를 표출했습니다. 경찰은 "그래도 아버지한테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며 A씨를 타일렀습니다.
A씨의 부친 또한 의사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씨는 경찰에게 부친과의 분리 조치를 요청했지만, 부친은 "자퇴서가 수리되기 전까지 어떻게든 옆에서 아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경찰은 최종적으로 가정폭력은 없었다고 판단하고 현장에서 사건을 종결 처리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google ImageFx
교육계는 이번 사건을 '묻지마 의대' 현상의 한 단면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적성과 흥미보다는 '의대 입학'이라는 목표만을 추구하도록 하는 사회 분위기가 이런 갈등을 낳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지난 2년간 의대 정원 증원은 학부모들의 기대감을 더욱 부추겼습니다.
종로학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의대를 다니다가 자퇴 등으로 중도 이탈한 학생은 386명으로, 전년 201명보다 거의 두 배 증가했습니다.
서울대·가톨릭대·울산대·연세대·성균관대 등 주요 5개 의대만 봐도 지난해 중도 이탈자는 16명으로 최근 5년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이사는 최근 최상위권 성적의 중학생으로부터 "공대에 가고 싶은데 부모님이 반대하니 가치관에 혼란이 온다"는 상담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임 대표는 "가장 안정적 진로는 의사 같은 전문직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공고해진 결과"라며 "특히 가족이 의사인 경우에는 이 같은 생각이 세대를 넘어 전파되며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