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생각하는 은퇴 시점이 법정 정년보다 거의 10년 늦춰지면서 노후 준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실제 은퇴 나이는 기대보다 훨씬 이른 것으로 조사돼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가 심각한 수준에 달했습니다.
5일 조선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4일 발표한 '2025년 가계금융복지 조사' 결과, 올해 3월 말 기준 아직 은퇴하지 않은 국민들의 예상 은퇴 나이는 68.6세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전년도 68.4세보다 0.2세 상승한 수치입니다.
조사가 처음 실시된 2012년 66.0세와 비교하면 2.6세나 늦어진 것입니다. 현행 법정 정년인 60세보다는 8.6세 더 일해야 한다고 국민들이 생각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 상당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뉴스1
실제 평균 은퇴 나이는 62.7세에 머물렀습니다. 이는 1965~1968년생의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인 64세보다 1.3세 이른 나이입니다.
1969년생 이후 세대는 65세부터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어 실질적인 은퇴와 연금 수급 사이의 공백이 더욱 벌어지는 상황입니다.
평균 은퇴 나이의 변화 폭은 미미한 수준이었습니다. 13년 전 첫 조사 당시 61.6세에서 올해까지 단 1.1세만 늘어났습니다. 반면 예상 은퇴 나이는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양자 간 격차가 5.9세로 조사 시작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습니다.
의료 기술 발전으로 인한 기대 수명 연장은 이러한 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전망입니다. 국가데이터처 추산에 따르면 올해 84.5세인 기대 수명이 2002년생이 60세가 되는 2062년에는 90세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됩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당은 향후 8~12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법정 정년을 65세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충분한 준비 없는 정년 연장이 오히려 고령층 일자리 감소라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성균관대 경제학과 조준모 교수는 "현재도 중소기업들이 법적 정년을 제대로 준수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 구조 개편 등 기업들이 정년 연장을 수용할 수 있는 사전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