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배드민턴연맹이 내년 총회 승인을 전제로 15점 3세트제 도입을 확정하면서 배드민턴계에 약 20년 만의 큰 변화가 예고됐습니다.
지난 2일(현지 시간)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은 이사회를 통해 "15점 3세트 선취점제를 승인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대한민국 배드민턴 대표팀 안세영이 5일 오후(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8.5 / 뉴스1
기존 21점제보다 세트당 6점이 줄어드는 새로운 규정은 2026년 후반부터 적용될 전망입니다.
BWF는 "월드투어 일정이 늘어나면서 선수들의 피로가 커졌고, 이를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며 경기 시간 단축과 체력 부담 완화를 주요 도입 배경으로 들었습니다.
연맹은 올해 5월부터 일부 대회에서 시범 운영한 결과를 토대로 선수·지도자 의견을 종합해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배드민턴계 일각에서는 이번 규정 변화가 단순한 경기 시간 단축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특히 올 시즌 72경기에서 68승 4패, 승률 94.4%라는 역대급 기록을 세운 '안세영'을 겨냥한 룰 변경 아니냐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안세영은 올 시즌 72경기에서 68승 4패를 기록하며 94.4%라는 경이로운 승률을 달성했습니다. 14개 대회에 참가해 10관왕을 차지하며 여자 단식 역사상 유례없는 지배력을 보여줬는데요.
안세영이 28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 투어 코리아오픈(슈퍼 500)' 여자단식 일본 야마구치 아카네를 상대로 경기를 치르고 있다. 2025.9.28 / 뉴스1
그는 후반부 체력전과 '질식 수비'로 상대를 압도해 왔는데, 15점제에서는 초반 한두 실수만으로도 경기 흐름이 크게 기울기 때문에 그의 강점이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상대 선수들이 체력이 떨어져 후반에 주도권을 넘기는 흐름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경기 시간이 짧아지는 만큼 안세영의 출전 빈도가 늘어날 수 있다는 긍정적인 관측도 있습니다.
실제로 안세영이 빠진 국제 대회는 흥행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 주최 측은 그의 출전 여부를 대회 가치와 직결되는 요소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해외 전문가들도 이번 변화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일본배드민턴협회 이게다 신타로 강화 전략 본부장은 "배드민턴은 시대에 따라 규정이 여러 차례 바뀌어 왔다"며 "21점제가 처음 도입됐을 때도 경기 시간이 줄었지만, 결국 새로운 환경에 맞춘 선수가 등장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특히 "여자 복식은 체력전이 강점이지만 남자 선수들 중에는 긴 랠리를 버티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15점제가 유리한 종목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김원호, 서승재가 28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 투어 코리아오픈(슈퍼 500)' 남자복식 결승전에서 인도네시아 파자르 알피안과 무하마드 쇼히불 피크리를 상대로 우승을 차지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5.9.28 / 뉴스1
한국 남자 복식 세계 1위 '서승재·김원호 조' 역시 변화의 영향을 피할 수 없습니다. 결성 1년도 되지 않아 세계선수권 등 국제대회를 휩쓸며 급부상한 만큼, 경기 시간 단축이 전략·페이스 조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안세영은 다음 달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BWF HSBC 월드투어 파이널'을 준비 중입니다. 이 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2019년 모모타 겐토의 단일 시즌 최다승 기록(11회)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됩니다.
다만 그동안 파이널에서 단 한 차례 우승한 바 있어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새로운 스코어링 시스템 도입 여부는 내년 4월 열리는 BWF 연차총회에서 회원국 투표로 최종 결정됩니다.
규정 변경이 확정될 경우, 세계 최정상급 기량을 보이는 한국 선수들에게 어떤 변화가 닥칠지 국내외 배드민턴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