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전국 약국 감기약·항생제 품절 대란, 원인은?... "끼워팔기에 가짜 품절까지"

전국 약국에서 감기약, 항생제, 혈압약 등 필수 의약품 품절 사태가 몇 달째 계속되면서 환자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대체조제 확대를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문제의 핵심이 유통구조의 불투명성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과도하게 늘어난 도매업체와 왜곡된 거래 관행이 공급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Google ImageFx


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가통계포털 자료 기준 국내 의약품 도매업체 수는 지난해 3,999곳으로 집계됐습니다. 2014년 1,966곳에서 10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입니다.


같은 기간 의약품 제조소가 316곳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도매업체가 10배 이상 많은 상황입니다.


이처럼 도매업체가 난립하면서 구조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품절 약이 생기면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재고를 확보하려 하고, 그 과정에서 약국과 환자에게 필요한 약이 제때 공급되지 않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어떤 도매업체에 재고가 얼마나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실시간 재고 관리나 배송 추적 같은 선진 유통 시스템 구축은 여전히 요원한 상태입니다. 대부분이 중소 규모 업체라 인력 보강이나 시설 투자에 한계가 크기 때문입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시중에서 품절된 약이 일부 지역에서는 반품으로 되돌아오는 경우가 있다"며 "재고가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파악할 시스템 구축이 쉽지 않은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유통망의 불투명성은 각종 편법 관행을 낳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끼워팔기'입니다. 이는 일정 금액 이상을 구매해야 품절약을 공급하거나, 재고가 남는 약을 함께 사도록 요구하는 방식입니다.


올해 5월에는 비만치료제 삭센다 공급이 달리자 한 유통업체가 재고가 많은 위고비를 끼워팔아 논란이 됐습니다.


최근에는 인천약품 영업사원이 '추석 이후 특정 진해거담제 시럽이 품절될 수 있다'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약국에 돌린 후 주문이 몰리면서 해당 약이 실제로 품절되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소문이 실제 품절을 불러온 것입니다. 인천약품은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내고 개인 일탈이라고 밝혔지만, 약사회는 '가짜 품절 사태'로 규정하며 강도 높은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Google ImageFx


정부와 여당은 대체조제 활성화를 대책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지난 24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열린 포럼에서 조원준 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수석전문위원은 "공공 생산 네트워크 구축과 성분명 처방 확대를 통해 필수 의약품 공급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대체조제로는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어려운 품목이 적지 않아, 유통구조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기 소염진통제나 진해거담제 등은 대체 조제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공급 부족 파악도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올해 바로팜 플랫폼에서 주문이 불가능한 72개 품목 중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신고된 수급불안 품목은 7개, 제약사가 식약처에 공급부족을 신고한 품목은 2개에 그쳤습니다.


제약업계에서는 유통 구조의 투명성만 확보돼도 공급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의약품 품절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단순한 생산량 증대나 대체조제 확대를 넘어 유통 구조 전반의 투명성 확보와 효율성 개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환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업계가 함께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