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생후 9개월 아기를 잃은 일본인 부부가 고령 운전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지난 10월 21일 78세 택시기사가 운전하던 차량에서 발생한 사고로 아기가 중태에 빠진 지 한 달 만에 결국 사망했습니다.
일본인 부부는 고령 운전이 음주운전만큼 위험하다고 호소했습니다. 이들은 같은 시기 동대문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점을 아쉬워하며, 고령 운전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당부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지난 29일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사고 당시 상황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남편은 택시기사의 위험한 운전 행태를 상세히 증언했습니다.
그는 "3차로에서 오른쪽으로 돌았는데 그때부터 갑자기 가속하기 시작했다"며 "도로가 구불구불했음에도 속도를 올리고 다른 차들을 추월하다 마지막에는 속도가 너무 빨라 핸들이 안 들었는지 타이어가 미끄러졌는지 모르겠으나 중앙선을 넘어 충돌한 후 인근 공원으로 돌진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부부는 78세 택시기사 A씨가 탑승 초기부터 상당히 거칠게 운전했다고 주장했습니다. A씨는 용산2가동 사거리에서 끼어들기를 한 후 급가속하고 앞 차를 추월하는 등 위험한 운전을 지속했다는 겁니다.
이에 부부는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아 영어로 "스톱, 브레이크"라고 외치며 속도를 줄여달라고 요청했지만, 택시기사는 반응 없이 계속 운전을 이어갔다고 증언했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사고 발생 후 가해자의 태도였습니다. 사고 직후 A씨는 피해자 부부에게 별다른 말이 없었으며, 사과의 뜻을 전하기 위해 병원을 찾은 것은 사고 발생 24일이 지난 11월 14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5일 후인 11월 19일, 생후 9개월의 아기는 결국 세상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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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부부는 같은 시기 발생한 동대문 음주운전 사고와 비교하며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11월 2일 동대문역 인근에서 일본인 관광객 모녀가 음주운전 차량에 들이받혀 50대 어머니가 사망한 사건은 한국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됐지만, 자신들의 사고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는 겁니다.
남편은 매체에 "음주운전 사건이라 그렇게 보도가 나가고, 우리는 (음주운전 사건은) 아니라 상대적으로 주목이 덜했는지 모르겠으나, 고령운전이 음주운전만큼 위험하다는 걸 한국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습니다. 특히 "가해자가 78세 고령운전자라는 점에 주목했으면 한다"며 "운전은 사람 목숨을 다루는 일이라는 생각을 해보기를 소망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