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3년 11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파견을 직접 지시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났습니다.
29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명현 순직해병 특검팀이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는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11월 조태용 당시 국가안보실장에게 이 전 장관의 해외 파견을 구체적으로 지시한 내용이 상세히 기록돼 있습니다.
이는 박정훈 해병대 대령의 항명 혐의 재판을 둘러싸고 야당을 중심으로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 요구가 거세지던 시점과 정확히 일치하는데요.
윤석열 전 대통령 / 뉴스1
윤 전 대통령의 이 전 장관 대사 임명 언급은 2023년 9월부터 시작됐습니다. 해병대 수사외압 의혹이 제기되자 이 전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상황에서, 윤 전 대통령은 조 전 실장에게 "야당이 탄핵을 하겠다고 해서 본인이 사표를 쓰고 나간 상황"이라며 "적절한 시기에 대사 등 일할 기회를 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공관장을 어디로 보내면 좋겠나"라고 묻자, 조 전 실장은 호주대사직을 추천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퇴임 장관들과의 관저 만찬 자리에서도 윤 전 대통령은 이 전 장관에게 "앞으로 대사 또는 특사로 활용될 수 있다"고 직접 언급한 사실이 공소장에 명시됐습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 뉴스1
결정적인 지시는 두 달 후인 2023년 11월에 이뤄졌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조 전 실장을 다시 불러 "이제 이종섭을 호주로 내보내자"고 구체적으로 지시했습니다. 조 전 실장은 즉시 조구래 당시 외교부 기획조정실장에게 이 내용을 전달하며 "이종섭을 보내야겠다. 인사 프로세스를 준비하라. 기왕이면 빨리 보내라"고 주문했습니다.
특검팀은 이러한 일련의 발언들이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 압박이 거세지던 정치적 상황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해병대 수사외압 의혹으로 정치적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핵심 인물을 해외로 파견시키려 했다는 의혹이 구체적인 증거와 함께 드러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