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들의 희망 직업에 큰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이공계 연구원에 대한 선호도가 급상승하면서, 전통적으로 인기 직업이었던 의사는 순위가 하락했습니다.
27일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발표한 '2024년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등학생 희망 직업 순위에서 생명과학자 및 연구원이 전년도 7위에서 3위로 급상승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초중고 학생 희망 직업 / 교육부
반면 교권 논란에도 불구하고 교사는 여전히 중·고등학생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급변하는 사회 환경과 기술 발전이 학생들의 진로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이번 조사는 지난 5월 16일부터 6월 13일까지 전국 1200개 초·중·고교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 3만 740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됐습니다.
고등학생 희망 직업 조사에서는 교사(7.6%)가 1위를 차지했으며, 간호사(5.0%), 생명과학자 및 연구원(3.7%), 보건의료분야 기술직(2.9%), 경찰관·수사관(2.6%)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생명과학자 및 연구원의 순위 상승은 최근 3년간 추이를 봤을 때 가장 눈에 띄는 변화로 평가됩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 "최근 바이오·인공지능·반도체 등 첨단기술이 주목을 받으면서 연구원에 대한 선호도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국가 간 기술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공계 연구원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기대가 높아진 것이 학생들의 진로 선택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됩니다.
반면 의사는 희망 직업 순위에서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지난 2023년 고등학생 희망 직업 조사에서 5위까지 올라섰던 의사는 지난 2024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고, 올해는 9위에 그쳤습니다.
이는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대 모집인원 동결과 함께, 고등학생들이 진학 후 성적을 고려한 현실적 판단을 하게 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중학생 희망 직업에서는 교사(7.5%)가 1위를 차지했으며, 운동선수(5.4%), 의사(3.6%), 경찰관·수사관(3.2%), 간호사(2.9%)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초등학생의 경우 운동선수(14.1%)가 1위였으며, 의사(6.6%), 크리에이터(4.8%), 교사(4.5%), 요리사·조리사(3.9%) 순으로 조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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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침해와 교권추락 논란에도 불구하고 교사가 중·고등학생 희망 직업 1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교사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전체 교사 중 학생들에게 존경받는 교사가 그렇지 않은 교사보다 많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고등학생 대상 희망 전공 계열 조사에서는 공학(17.9%)이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였으며, 보건(14.5%), 예술(13.8%)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기술 발전과 함께 공학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학생들의 희망 직업 선택 기준을 살펴보면, '좋아하는 일이라서'라는 응답이 가장 높았습니다.
초등학생 54.2%, 중학생 50.7%, 고등학생 44.7%가 본인의 흥미와 관심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답했습니다.
반대로 아직 희망 직업이 없다고 답한 학생들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직 잘 몰라서'라는 이유를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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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후 진로 계획에서도 변화가 감지됐습니다. 고등학생의 대학 진학 희망 비율은 지난 2023년 77.3%에서 2024년 66.5%, 2025년 64.9%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반면 취업 희망 비율은 전년도 13.3%에서 올해 15.6%로 상승했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희망 직업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전체 2만 2911명 중 70.5%인 1만 6145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김천홍 교육부 책임교육정책관은 "2022 개정 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의 적용, 인공지능의 발전 등 교육 변화를 반영하여 학교 진로교육이 더욱 내실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며 "교육부는 학교급별 특성에 맞는 진로활동과 교원 역량 확대를 위해 앞으로도 더욱 충실하게 진로교육을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