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이 왜 거기서 등장했을까.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재판에서 국군방첩사가 체포 대상자 명단에 있던 '김어준'을 '가수 김호중'으로 착각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법정 안팎에서 황당함과 비판이 동시에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에서 열린 공판에서, 당시 국군방첩사령관이었던 여인형 전 사령관은 변호인단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해프닝을 직접 증언했습니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 뉴스1
여 전 사령관은 "명단 내용에 보면 김어준이 있다"면서도 "12월 4일 오후까지도 방첩사 요원들은 김어준을 '가수 김호중'으로 알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 사람이 누구인가 인터넷에서 찾아봤다"며 군 내부가 정치·사회 인물에 대한 기본 정보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폭로했습니다.
여 전 사령관은 이를 두고 "해프닝 중 압권이었다"고 표현하며 "명단, 명단 얘기하는데 너무 허술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변호인단은 체포 대상자 명단이 실제 작전 계획인지 여부, 주소 조회 등 실무 검토가 있었는지를 추궁했지만, 여 전 사령관은 일부 질문에는 답변을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또 변호인단이 "12월 4일 19시경 김현지, 이석기, 정진상 등의 이름을 메모한 사실을 인정하느냐"고 묻자 여 전 사령관은 "네"라고 답했습니다. 이어 "군검찰 조사에서 '김현지·강위원·정진상은 이재명 대통령 측근'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네"라고 인정했습니다.
방송인 김어준 / 뉴스1
해당 명단에는 내란 선동 혐의로 복역 후 2021년 가석방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이재명 대통령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과거 당대표 특보 출신 강위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재 재판에서는 비상계엄 문건 의혹과 함께, 이 체포 대상자 명단의 실체와 실행 가능성, 작성 경위 등을 두고 검찰과 변호인단의 공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김호중 / 뉴스1
'김어준이 김호중으로 둔갑한' 이번 사례는 단순한 웃음거리로 보기에는 무겁습니다. 국군 정보기관이 권력과 긴급 상황을 전제로 한 작전을 검토하던 과정에서 기본적 신원 확인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점이 드러난 만큼, 향후 재판 과정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다시 떠오를 가능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