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계엄 당시, 윤 전 대통령에게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사건 재판을 진행하며 여 전 사령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실시했습니다.
이날 재판에는 윤 전 대통령도 직접 출석했는데요. 여 전 사령관은 지난해 5~6월경 서울 종로구 삼청동 안가에서 윤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저녁 식사를 가졌다고 증언했습니다.
이어 "대통령께서 나라 걱정, 시국 걱정을 하시다가 감정이 격해지셨는지 '나라를 바로 잡으려면 헌법이 대통령에게 보장하는 비상대권을 발동해야 한다'고 언급했다"며 "그 와중에 계엄 이야기도 나왔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 뉴스1
윤 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을 듣은 여 전 사령관은 계엄 발동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직언했다고 증언하면서 "국군 통수권자이신데 군이 계엄에 대해 어떤 상황에 있고 어떤 훈련을 하는지 전혀 모르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여 전 사령관은 "제가 36년 군대생활을 하면서 계엄 훈련을 한 번도 안 했다"면서 "사회질서가 혼란하면 군이 동원될 거라 생각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얼마나 (계엄 관련) 훈련이 안 돼 있는지, 아무리 대통령의 비상조치권이라 해도 (계엄은) 불가능하다는 실태를 말씀드렸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여 전 사령관은 자신이 '일개 사령관으로서 (대통령께) 무례한 말을 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윤 전 대통령 앞에서 무릎을 꿇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 뉴스1
특검 측 신문 과정에서 여 전 사령관은 "대한민국 군인 중에 계엄에 동의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냐" "제정신인 사람이면 계엄에 동조하겠느냐"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은 '계엄 당일 이재명, 한동훈, 우원식 등 여야 정치인을 체포하라는 지시가 있었는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방첩사 병력을 투입했는지' 등 핵심 쟁점들에 대해서는 자신의 형사재판과 관련된 내용이라는 이유로 답변을 회피했습니다.
여 전 사령관은 현재 방첩사 병력을 국회와 선관위에 출동시키고, 정치인을 체포·구금하고 선관위 전산 서버 확보 등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돼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여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에서 '선관위 서버를 복사하라고 지시한 적 없다'고 위증한 혐의도 받습니다.
비상계엄령이 선포되자 국회 앞으로 진입하는 군 차량 / 뉴스1
앞서 여 전 사령관은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증인 출석 시에도 같은 이유로 대부분 질문에 답변을 거부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7월 자신의 형사 재판에서는 "당시로 돌아간다면 단호하게 군복을 벗겠다는 결단을 했어야 한다고 지금 와서야 깊이 후회한다"며 남은 증인신문을 포기했습니다.
여 전 사령관은 이날 법정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황당했다'면서도 자신을 방어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는 계엄 당일 자신의 부하들이 모두 정시 퇴근을 했던 점 등을 언급하며 방첩사는 계엄 선포 계획을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제가 비록 큰 잘못을 했고, 잘못 판단한 건 책임져야 하겠지만 사랑하는 방첩사 부하들 중에 억울한 사람이 많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국회 나서는 무장 계엄군 / 뉴스1
특검 측이 '증인이 수사관들을 선관위에 출동시킨 것 자체가 위험에 빠뜨렸다는 생각은 안 드냐'고 질문했지만, 여 전 사령관은 "저도 지시하는 사람이지만, 동시에 지시받는 입장이라 심경이 복잡하다"며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재판 말미에 직접 신문에 나서 "(특검 주장대로) 계엄 선포와 동시에 전격적으로 수사나 체포를 하려고 했다면, 미리 (체포 대상 인물들의) 기본 인적사항이 파악됐어야 하는거 아니냐"며 그런 준비는 전혀 없었던 게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여 전 사령관은 "누군가 체포할거라면 사전 준비를 상당히 많이 해야 한다"면서 계엄 당일 체포 지시는 없었다는 윤 전 대통령의 주장에 동조했습니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