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양팡'의 친언니가 대학병원 간호사로 재직하며 겪었던 태움 경험을 공개하면서 간호사 조직문화의 고질적인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난 24일 한국경제에 따르면 양팡은 지난 15일 "언니가 대학병원 간호사를 그만둔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을 업로드했습니다. 해당 영상은 조회수 37만회를 기록하며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영상에서 양팡의 친언니 금지는 "단 한 번도 정시에 퇴근한 적 없다"며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전했습니다.
금지는 "2~3시간씩 오버타임하는 게 일상이었고, 점심도 제대로 못 먹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회식 자리에서의 따돌림도 심각했습니다.
Youtube '양팡 YangPang'
금지는 "회식 자리에서 대놓고 완전히 따돌림당하고 '너 혼자 소풍 왔냐'고 조롱당했다"며 "밥 먹을 때도 등을 돌리고 자기들끼리만 이야기했으며 내 앞에는 아무것도 없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상사의 부적절한 발언도 이어졌습니다. 금지에 따르면 상사는 "내가 술 백 번 말아봐라, 너 눈웃음 한번 치면 끝나는데"라고 말했고, "네가 언제 이런 걸 먹어보겠냐"는 식의 모욕적인 발언을 일삼았습니다.
동생이 유명 유튜버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직업을 비하하고 집 시세까지 알아보는 등 사생활 침해도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어느 날 선배는 금지를 밀실로 호출해 "너보다 일을 잘할 자신은 없는데, 네가 막내 역할을 못하는 게 짜증 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금지는 "간호사 그만둔 걸 단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다. 병원 일이 아니라 사람이 제일 힘들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Youtube '양팡 YangPang'
태움은 간호사 조직문화에서 선배가 후배를 "가르친다"는 명목으로 압박과 질책을 반복하는 관행을 의미합니다.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표현에서 나온 용어로, 생명을 다루는 의료환경에서 실수 방지를 위한 지도로 포장되지만 실제로는 모욕, 인격공격, 과도한 업무 배분 등 감정적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상을 본 간호사들은 깊은 공감을 표했습니다. "간호학과 간 게 인생을 망친 근본적인 이유다. 원수에게 추천할 직업"이라는 댓글부터 "대학병원 3년 다니고 퇴사했는데 실제로는 저 이야기보다 더 심했다"는 증언까지 쏟아졌습니다.
한 간호사는 "태움으로 3개월 만에 관뒀는데 밥도 물도 못 먹고 화장실도 못 가 방광염까지 걸렸다"며 "지금은 화장실을 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대한간호협회가 지난 10월 발표한 "간호사 인권침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인권침해를 경험한 간호사는 50.8%에 달했습니다.
이 중 71.8%는 대응하지 못했으며, 폭언(81.0%), 직장 내 괴롭힘 및 갑질(69.3%) 순으로 피해가 많았습니다.
가해자는 선임 간호사(53.3%), 의사(52.8%), 환자 및 보호자(43.0%) 순이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권침해 후 감정으로는 분노 80.3%, 자존감 저하 74.5%, 우울·좌절감 66.3%가 나타났으며 자살 충동을 느꼈다는 응답도 17.5%에 달했습니다. 65.3%는 휴직 또는 사직을 고려했다고 답했습니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는 "신고해도 변화가 없을 것 같아서"(67.2%)가 가장 많았고, 실제 신고 후에도 "변화가 없었다"는 응답이 69.0%였습니다.
2021년 11월에는 한 대학병원 간호사가 근무 9개월 동안 10kg이 빠지고 식대 10만원조차 다 쓰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다 사직 의사를 밝혔지만 "사직은 60일 전에 얘기해야 한다"며 반려됐고, 2시간 뒤 숨진 채 발견된 사건도 있었습니다.
현장 간호사들은 태움이 지속되는 이유로 인력 부족, 과도한 업무량, 3교대에 따른 수면 부족과 번아웃, 권력형 위계 문화, "버티는 사람이 이긴다"는 왜곡된 생존 논리를 꼽았습니다.
의료계 관계자는 한국경제에 "태움은 신규를 강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조직을 약하게 하고 환자 안전을 위협한다"며 "이건 개인의 성격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인력 충원, 휴식권 보장, 독립된 신고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누군가 울고 떠나는 조직에 안전한 의료는 절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