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추락 사고로 전신마비 판정을 받은 남편을 28년간 간병한 천금옥(69)씨가 근로복지공단에 10억원을 기부했습니다.
천씨의 남편은 1989년 건설 현장 5층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전신마비 판정을 받은 남편을 위해 천씨는 28년 동안 간병을 이어갔습니다.
통증으로 고통받는 남편 곁을 지키며 대소변을 받아내는 일상을 견뎌냈습니다. 남편은 2017년 세상을 떠났지만, 천씨는 그동안 받았던 도움을 잊지 않았습니다.
사진 제공 = 근로복지공단
지난 24일 근로복지공단 인천병원에서 열린 기부금 전달식에서 천씨는 "남편이 떠난 뒤 받은 도움을 어떻게 보답할지 늘 고민했다.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산재 환자들에게 작은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10억 원 기부를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천씨는 남편과 함께 보낸 시간을 회상하며 "특히 새벽 1~6시 통증이 극심해, 그 시간을 견디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남편은 근로복지공단 인천병원에서 12년 동안 치료를 받았습니다.
천씨는 당시 의료진과 직원들의 보살핌에 대해 "따뜻한 보살핌 덕분에 긴 시간을 버텨낼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습니다.
천씨는 기부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산재환자처럼 소외되고 절박한 처지에 놓인 분들에게 실질적으로 힘이 되는 곳이니, 꼭 이곳에 기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사진 = 인사이트
천씨는 또한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게 우리 인간사 같아요. 돈은 숫자일 뿐이고, 가치 있는 곳에 쓰여야 비로소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기부 철학을 설명했습니다.
천씨는 산재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몸이 아픈 건 치유가 되고, 힘든 시간은 함께 견디면 지나간다. 지나고 나면 주변의 소중함과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알게 된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천씨는 사후 시신 기증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기부받은 10억원을 산재환자 재활 장비 확충과 병동 환경 개선, 공단 병원의 치료환경 향상에 우선 사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