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보다가 267명이 탑승한 여객선을 좌초시킨 일등항해사가 법정에 출석해 사과의 말을 전했습니다.
22일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은 오후 2시부터 중과실치상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일등항해사 A씨(40)와 인도네시아 국적 조타수 B씨(41)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습니다.
A씨는 이날 오후 1시 43분쯤 목포해경 유치장에서 호송차를 타고 목포지원에 출석했습니다.
전남 신안 해상에서 무인도 충돌 사고를 낸 대형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 일등항해사 A 씨(40)가 22일 전남 목포시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5.11.22 / 뉴스1
검은색 외투와 모자를 쓴 A씨는 안경과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법정으로 향하는 모습이었는데요.
취재진이 '휴대폰으로 무엇을 봤냐'고 묻자 A씨는 "잠깐 네이버를 봤다"며 "정확히 몇 번 봤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 한 1~2번 본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위험 수로였는데 평소에도 자동 항법 장치를 켜고 다녔냐'는 질문에는 "아니다. 직선거리에서만 자동 항법 장치를 켜고 변침점에서는 수동으로 운항한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이 자리를 빌려 저의 잘못으로 놀라고 다친 환자분들께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다"며 "특히 임신부 한 분이 계셨는데 그 분께 더 죄송하다. 아기와 함께 건강하게 출산하기를 기원한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지막으로 "많은 분께 피해를 끼쳐 죄송하다"고 전했습니다.
이들은 지난 19일 오후 8시 17분께 전남 신안군 장산면 인근 해상에서 운항 중 부주의로 좌초 사고를 낸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전남 신안군 무인도인 족도에 좌초된 대형 여객선이 20일 새벽 해경에 의해 이초되고 있다. 2025.11.20 / 뉴스1(목포해경 제공)
승객 246명과 승무원 21명 등 총 267명을 태운 퀸제누비아2호는 제주에서 목포로 향하던 중 족도라는 무인도와 충돌했습니다.
해경 조사 결과 당시 조타실을 책임진 A씨는 휴대폰을 들여다보다 무인도와 충돌 13초 전에야 위험을 인지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A씨는 뒤늦게 B씨에게 조타 지시를 했지만 사고를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사고 지점으로부터 1600m 떨어진 해상에서 변침을 해야 했지만 이를 실행하지 않았고, 협수로 구간에서 자동항법장치를 수동으로 전환하지도 않았습니다.
반면 B씨는 "전방을 살피는 건 항해사의 역할"이라며 책임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B씨는 사고 당시 자이로컴퍼스를 보고 있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전남 신안 해상에서 좌초된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 탑승객들 19일 밤 전남 목포해양경찰서 전용 부두로 도착하고 있다. 전날 오후 8시 16분쯤 전남 신안군 장산면 족도에 267명(승객 246명, 승무원 21명)이 탑승한 여객선이 좌초돼 해경이 전원 구조했다. 2025.11.20 / 뉴스1
이들의 구속 여부는 이날 오후 늦게 결정될 예정입니다.
해경은 이들 외에도 조타실을 비운 60대 선장 C씨에 대해서도 선원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여객선 운항 규정상 선장은 좁은 수로 통과 시 직접 조타실에서 선박을 지휘해야 하지만, C씨는 선장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해경은 지난 21일 오후 사고 당시 관제 대응이 적절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목포 광역 해상교통관제센터에 수사관들을 보내 현장 조사를 벌였습니다.
당시 근무 중이던 관제사 3명을 조사했으며, 이들 가운데 한 명으로부터 임의 제출받은 휴대폰에 대해 포렌식 분석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고 당시 해상교통관제센터는 선박의 항로 이탈을 감지하는 경보 기능을 꺼놓았던 것으로 알려져 시스템 관리 및 대응 여부도 수사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이번 사고로 탑승자 267명 전원이 구조됐으나 승객 30여 명이 경상을 입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