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축구연맹이 전북 현대 타노스 코치의 논란이 된 손동작을 '눈 찢기 인종차별'로 판단하고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지난 19일 프로연맹은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제14차 상벌위원회에서 타노스 코치에게 출장정지 5경기와 제재금 2천만원의 징계를 결정했습니다.
문제가 된 상황은 지난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 대전하나시티즌의 경기에서 발생했습니다. 아르헨티나 출신인 타노스 코치는 후반 추가시간 김우성 심판에게 항의하며 두 눈에 양 검지 손가락을 대는 동작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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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성 심판은 이를 자신에 대한 인종차별 행위로 판단하고 심판보고서에 기재했으며, 상벌위에 진술서를 제출했습니다.
상벌위는 당시 상황을 촬영한 영상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상벌위는 "타노스 코치가 검지 손가락을 (양) 눈의 중앙에 댔다가 가장자리로 당기면서 눈을 얇게 뜨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런 제스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특정 인종의 외모를 비하하는 의미로 통용돼 이미 국제축구연맹(FIFA)의 징계를 여러 차례 받은 행동과 일치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상벌위는 "타노스 코치의 행위는 그 형태가 이른바 슬랜트 아이(눈 찢기)로 널리 알려진 동양인 비하 제스처와 동일하다"고 명시했습니다. 또한 "상대방에게 인종차별로 인한 모욕적 감정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 근거를 밝혔습니다.
K리그에서 인종차별이 인정돼 징계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2023년 6월 울산 선수들이 인스타그램 댓글에서 피부색을 이유로 동료를 태국 선수 이름으로 지칭한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해당 선수들은 1경기 출전 정지와 제재금 징계를 받았습니다.
공교롭게도 당시 울산과 올해 전북 모두 해당 시즌 K리그1 챔피언에 올랐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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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벌위는 징계 수위 결정 과정에서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상벌위는 "(타노스 코치가) 욕설과 함께 'racista'(인종차별주의자)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쓰며 고성을 지른 정황도 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특정 행위에 대한 평가는 그 행위자가 주장하는 본인의 의도보다는 외부에 표출된 행위가 보편적으로 갖는 의미를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판단 기준을 명확히 했습니다.
상벌위는 "경멸적, 모욕적 행위 여부는 행위의 형태 그 자체와 행위의 상대방이 일반적으로 느끼게 되는 감정이 기준이 되어야 하고, 행위자가 어떤 의도로 그 행위를 했는지는 부차적인 고려 요소"라고 강조했습니다.
징계 수위 결정에는 국제적 기준도 적용됐습니다. 상벌위는 "FIFA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등의 인종차별 행위 관련 징계 사례를 참고했다"며 "구체적인 양형을 정함에 있어서는 타노스 코치의 행위가 과열된 경기 양상에서 우발적으로 나온 것임을 참작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북 구단은 이번 징계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구단은 타노스의 손동작이 '당신도 핸드볼 파울을 보지 않았느냐'는 의미였을 뿐 인종차별의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구단 고위 관계자는 "타노스 코치와 상의해 재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이날 상벌위 회의에는 타노스 코치는 출석하지 않았고, 전북에서는 이도현 단장과 마이클 김 디렉터, 법률대리인이 참석했습니다.
김우성 심판은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자신의 입장을 직접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