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으로 시작된 중일 외교 갈등이 K-팝 그룹 에스파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에스파의 중국인 멤버 닝닝을 겨냥한 청원 운동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19일 홍콩 성도일보와 중국신문망 등 현지 매체들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에스파가 일본 NHK의 연말 특집 프로그램 '홍백가합전' 출연 소식이 알려진 후 닝닝의 출연을 반대하는 청원이 제기되었습니다.
해당 청원은 하루 만에 5만명의 동의를 얻었으며, 현재 7만명까지 늘어난 상태입니다.
Instagram 'smtown'
청원 참여자들은 닝닝이 2022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원자폭탄 폭발 후 생성되는 '버섯구름'과 유사한 형태의 조명 사진을 게시했던 과거 논란을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현재 중일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당시 논란이 재조명되면서 닝닝의 홍백가합전 출연 취소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매체들은 에스파가 최근 중일 외교 긴장 국면의 최대 피해자로 부상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오는 12월 31일 방영 예정인 홍백가합전에 에스파가 예정대로 출연할 수 있을지 여부가 중일 관계의 긴장도를 가늠하는 풍향계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중국에 진출한 일본 연예인들이 '하나의 중국' 원칙 지지 발언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일본 내에서 또 다른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에스파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중국 본토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경험이 있는 일본 가수 메이리아(MARiA)는 지난 18일 웨이보에 "중국은 내게 두 번째 고향이며 중국 친구들은 모두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족"이라며 "나는 영원히 '하나의 중국'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날 일본 배우 야노 코지도 "중국은 나의 두 번째 고향일 뿐만 아니라 '집'을 새로이 인식하게 해준 곳"이라며 "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영원히 지지하며, 여러분을 영원히 사랑한다"고 표명했습니다. 야노 코지는 중국 영화와 드라마에서 일본군 장교 역할로 출연한 바 있습니다.
이번 갈등의 발단은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 7일 '대만 유사시'가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 조건인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입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하에 대만을 자국 영토로 주장하고 있어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이 이 원칙을 심각하게 위배했다고 강력히 비판하고 있습니다.
일본 내부에서도 해당 발언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으나, 다카이치 총리는 발언을 철회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중국 당국은 이에 대한 항의 표시로 일본 여행 및 유학 자제령, 일본 영화 상영 제한 등 강경한 조치들을 연이어 발표했습니다.
중국 주요 항공사들이 일본행 항공권 무료 취소 지원에 나선 가운데,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5~17일 사흘간 중국발 일본행 항공권이 49만 1000건 취소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