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시흥에서 경찰의 도움을 거절한 50대 주취자가 하루 뒤 같은 장소에서 숨진 채 발견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18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8시 4분께 시흥 정왕동의 한 교차로에서 "도로와 인도 사이에 술 취한 사람이 누워 있다"는 행인의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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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를 받은 시흥경찰서 옥구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은 7분 만에 현장에 출동해 옆으로 누워있는 50대 남성 A씨를 발견했습니다.

경찰이 A씨를 깨워 이름과 주소를 묻자, A씨는 근처에 살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경찰은 A씨를 집으로 데려다주기 위해 순찰차를 바로 앞까지 가져와 "순찰차 타라, 데려다주겠다"며 탑승을 권했지만, A씨는 이를 거절했습니다. 

강제로 차에 태울 수 없었던 경찰은 A씨의 몸 상태를 확인하고 아프면 119를 불러주겠다고 제안했으나, A씨는 이마저 거부했습니다.

당시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 A씨는 "잠시 쉬다가 가겠다"는 취지로 말했고, 경찰은 수 미터 떨어진 공원 정자로 그를 부축해 옮겼습니다.

이후에도 10여 분간 A씨와 '괜찮겠냐', '귀가해야 하지 않겠냐' 등의 대화를 나누던 경찰은 시화병원 응급실에서 시비가 생겼다는 또 다른 신고를 받고 해당 현장으로 출동했습니다.

그런데 A씨는 하루 뒤인 지난 17일 오전 5시 44분께 해당 공원 정자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타살 혐의점은 없었으며 자살한 정황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비가 내리는 등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인한 저체온증 등으로 사인을 추정하고 있습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현재 해당 신고 처리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A씨가 인사불성이 아니었고, 내·외상이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출동 경찰관들이 현장 매뉴얼을 어기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순찰차로 귀가시켜주겠다는 경찰의 권유를 거절할 정도로 본인의 의사 표현을 명확히 해 만취 상태로 볼 수 없었다"며 "A씨가 사망한 것은 안타깝지만, 단순 주취자의 경우 보호조치 대상이 아니어서 담당 경찰관들의 조치가 부적절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경찰은 A씨의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 의뢰해 정확한 사인을 밝히고, CCTV 영상을 통해 A씨의 동선을 파악할 방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