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쇠사슬 구금, 나체 수치심"... 美 조지아주 구금 피해 한국인 304명, 집단소송 나선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노동자 무더기 구금 사태와 관련해 피해자 대부분이 미국 이민당국을 상대로 집단소송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지난 18일 MBC는 피해 진술서를 확보해 이같은 소식을 전했습니다. 14장 분량의 피해 진술서에는 당시 구금 과정에서 발생한 심각한 인권침해 실태가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이민세관단속국(ICE) 홈페이지이민세관단속국(ICE) 홈페이지


피해자들은 쇠사슬로 허리와 발목을 묶는 등 과도한 물리력 사용, 합법 체류자에 대한 불법 체포, 구금 시설에서의 비인간적 대우 등을 겪었다고 증언했습니다.


특히 한 피해자가 휴대폰으로 촬영한 사진에는 작업화를 신은 발목에 족쇄가 채워진 모습과 수갑 자국으로 빨갛게 부어오른 손목이 생생히 담겨 있습니다.


해당 피해자는 진술서에서 "손목이 끊어질 것처럼 뼈까지 아팠다"며 "허리를 묶은 쇠사슬이 조여와 숨 쉬기도 어려웠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구금 시설 내부 환경도 열악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피해자들은 "너무 추워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며 "샤워장과 화장실이 개방되어 있어 나체와 용변 보는 모습을 여성 간수에게 보여야 했고 수치스러웠다"고 기록했습니다.


피해자 대표로 소송 준비를 맡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 하청업체 직원은 MBC에 "현재까지 304명이 소송 참여 의사를 밝히고 피해 진술서 작성을 완료했다"며 "조만간 본격적인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인사이트MBC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합법적으로 체류하며 일하던 노동자들이 명확한 이유 없이 체포되었다는 점입니다.


규정대로 B1 비자를 받아 근무하던 한 노동자는 체포 당시 이민 심사관에게 그 이유를 묻자 "공사 현장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답변만 들었다고 증언했습니다. 다른 피해자는 "왜 구금되어 있는지 본인들도 모른다며 그냥 '로케이션'(위치) 때문이라고만 했다"고 전했습니다. 


사건 발생 두 달이 넘은 현재까지도 미국 측의 공식적인 설명이나 사과는 없는 상황입니다.


많은 피해자들이 허리 부상과 불면증 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일부는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작은 소음에도 크게 놀라거나 잠을 이루지 못하는 등의 트라우마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피해자 대표는 "두 달 넘게 미국 측의 사과는 고사하고 설명도 없다"며 "소송을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잘못된 선례를 남기지 않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돈을 받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하지 않다면 당연히 사과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소송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ATF 애틀랜타 지부 엑스ATF 애틀랜타 지부 엑스(X·옛 트위터) 계정


이번 집단소송에서는 불법 체포와 과도한 물리력 행사, 인권 침해 등 미국 이민당국의 잘못을 법적으로 확인받는 것이 주요 목표입니다.


한국인 구금 피해자들뿐만 아니라 미국 인권단체들도 별도 소송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어 이 사건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국 이민당국이 주장하는 체포와 구금의 적법성 여부는 앞으로 미국 법정에서 판단받게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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