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히잡' 두른 김혜경 여사... "문화 존중 vs 여성 억압"

이재명 대통령의 부인 김혜경 여사가 흰색 히잡을 착용하고 UAE 아부다비 그랜드 모스크를 방문했습니다.


김 여사가 착용한 것은 걸프 지역 여성들이 주로 사용하는 '샤일라'로 추정됩니다.


18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여사가 걸프 지역 여성들이 주로 사용하는 '샤일라'를 착용한 모습을 두고 "상대국 문화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쓴 것이고, 일종의 배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UAE는 히잡 착용을 강제하지 않는 개방적 이슬람 국가지만, 외교적 배려를 한 것"이라며 이슬람 종교시설인 모스크를 방문하는 자리라 보다 더 엄격하게 상대국 문화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덧붙였습니다.


인사이트YTN


히잡은 무슬림 여성이 직계 가족 외의 남성 앞에서 자신의 신체를 가리기 위해 착용하는 복장입니다.


서구권을 중심으로 히잡이 여성 억압의 도구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여성 대통령이나 영부인의 히잡 착용을 두고 역대 정부에서 매번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의상 자체가 메시지인 대통령이나 영부인이 히잡을 착용하는 것이 여성 억압 문화에 힘을 실어준다는 지적과, 상대국의 종교와 문화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착용하는 것이 옳다는 반론이 팽팽하게 맞섰습니다.


인사이트2016년 히잡 '루사리'를 착용한 상태로 이란 테헤란 메라바드 공항에 도착한 박근혜 전 대통령 / 뉴스1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김 여사가 방문한 곳과 같은 그랜드 모스크에 방문하면서 샤일라를 착용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이란 국빈 방문 당시에는 이란식 히잡인 '루싸리'를 모든 일정에 착용하고 다녔습니다. 


이는 한국 대통령이 순방의 모든 일정에서 히잡을 쓴 첫 사례였는데요. 당시 흰 루싸리를 쓴 박 전 대통령 모습에 정치권과 여성단체 등에서는 첫 여성 대통령이 여성 억압의 도구를 썼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문재인정부에서는 김정숙 여사가 2018년 UAE 그랜드 모스크를 방문하며 흰색 샤일라를 착용해 다시 논란이 됐습니다.


이준석 당시 바른미래당 서울 노원병 당협위원장은 페이스북에 "박 전 대통령이 중동 방문할 때 히잡을 썼다고 여성 억압의 상징을 착용했다느니, 여성 인권에 관심이 없다느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던 사람들이 조용한 걸 보니 히잡도 착한 히잡과 나쁜 히잡이 있는가 보다"고 지적했습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대통령실


윤석열정부에서는 김건희 여사가 2023년 UAE 그랜드 모스크를 방문하며 검정색 샤일라를 착용했습니다. 다만 김건희 여사의 경우 히잡 착용보다 순방에서 선보인 패션 아이템의 파격성이 더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히잡 착용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고 공방을 벌이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닙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는 2015년 사우디 방문 당시 히잡을 두르지 않고 바지를 입었습니다.


변호사로서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오바마 여사가 사우디의 여성 인권 침해 문제를 복장으로 간접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반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인 질 바이든 여사는 샤일라를 두르고 모스크에 방문하며 "서로 다른 종교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