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35년간 거주해온 재미 한국인 과학자가 공항에서 억류된 지 약 4개월 만에 석방되었습니다.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미교협)는 16일(현지시간)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전날 김태흥(40·미국 영주권자)씨를 텍사스주 레이먼드빌의 '엘 발레' 이민구치소에서 석방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텍사스주립대인 A&M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씨는 지난 7월 초 남동생의 결혼식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후 미국으로 돌아가던 중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지난 7월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미국으로 입국하던 중 세관국경보호국(CBP)에 의해 구금된 뒤 4개월 만에 풀려난 김태흥씨 /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
김씨는 7월 21일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받던 중 세관국경보호국(CBP)에 의해 '2차 심사'를 요구받으며 붙잡혔고, 이후 100일 넘게 구금 상태에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난 김씨는 다섯 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주해 35년 넘게 미국에서 생활해왔습니다. 그는 현재 A&M대에서 라임병 백신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과학자입니다.
김씨의 사연은 미교협의 제보를 통해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하면서 공개되었습니다. 김씨는 2011년 소량의 대마초 소지 혐의로 기소된 전력이 있으나, 사회봉사 명령을 이행했기 때문에 CBP의 조치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미교협은 주장해왔습니다.
미 이민당국에 구금된 김태흥씨(맨 오른쪽)가 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해 찍은 사진 /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
미교협은 김씨가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텍사스주의 구금 시설로 잇달아 이감되었으며, 모든 단계에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교협은 김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담은 모친 편지를 지난 8월 미국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에게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미교협은 "김씨에 대한 심리가 지난달 이민법원에서 진행되었는데, 미 국토안보부는 김씨의 체포·구금을 정당화할 수 있는 적절한 문서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교협은 "그 결과 사건은 기각되었지만 ICE는 추가로 4일간 김씨를 구금했다"며 비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