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기 혐의로 세입자와 주택도시보증공사에 534억원의 피해를 준 임대인과 건물관리인 등이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17일 부산경찰청 형사기동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30대 남성 A씨를 구속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경찰은 사기 방조 혐의로 건물관리인과 명의대여자 5명,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공인중개사와 보조원 등 15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임대인이 가지고 있던 임대차계약서 / 부산경찰청
A씨의 범행 수법은 치밀했습니다. 2018년 3월부터 자기 자본 없이 돈을 빌려 토지를 매입하고, 그 토지를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아 부산 수영구, 해운대구, 연제구, 부산진구 등에 다세대 주택 9채를 건설했습니다. 건물 취득비용 651억원 중 무려 508억원이 금융기관 대출이었던 상황에서 임대업을 시작한 겁니다.
문제는 A씨가 처음부터 보증금을 돌려줄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금융기관 대출과 임대차 보증금 반환 채무를 합치면 건물 시세를 넘어서, 건물을 팔더라도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는 올해 2월까지 세입자 325명으로부터 보증금 354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피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152세대의 보증금 180억원을 돌려주지 않아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세입자들의 보험금을 대신 갚아주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세입자와 주택도시보증공사를 합쳐 총 534억원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와 건물 관리인들은 교묘한 방식으로 세입자들을 속였습니다. 대출액이 작은 것처럼 속이거나 건물 시세를 부풀려 말하는 방식으로 세입자들을 안심시켜 보증금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A씨는 보증금 108억원을 도박으로 탕진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주목할 점은 경찰이 적용한 법률입니다.
일반적인 전세 사기의 경우 형법상 사기죄가 적용되는 데 반해, 이 사건에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도 함께 적용됐습니다.
특경법상 사기는 5억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했을 때 적용되는데, 전세 사기는 총액이 수백억원을 넘어도 세입자 각각의 피해는 5억원 이하가 대부분이어서 적용되는 사례가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특별한 해석이 적용됐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대위변제를 하며 손해가 난 부분에 대해서는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단일한 피해자이기 때문에 특경법이 적용된다고 판단했다"며 "피의자가 처음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의 구상권 행사에 응할 수 없었던 점을 입증해 적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만약 특경법 위반죄로 기소까지 이뤄진다면 형법상 사기죄 법정최고형인 징역 15년을 넘는 엄벌을 내리는 것이 가능합니다.
전세 사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도 제시됐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세입자들은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으로 주변 매매가와 전세가를 확인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 안심 전세 앱을 통해 악성 임대인 명단과 세금 체납 여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