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유흥식 추기경, '윤석열 위해 기도했냐?' 질문에... "했다, 좀 올바로 살아가기를"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이 종교와 정치의 결합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지난 12일 유 추기경은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해 한국 사회의 종교와 정치 결합 현상에 대한 견해를 제시했습니다.


진행자 손석희가 "한국 사회에서 일부 개신교가 극우적인 정치 운동과 결합해 세가 강해졌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한국계 미국인도 얼마 전 왔다 갔는데, 개신교를 발판으로 하더라.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냐"고 질문하자, 유 추기경은 "교회가 정치에 관여하는 것은 정치(자체)에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 인간의 삶에 관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뉴스1유흥식 추기경 / 뉴스1


유 추기경은 "그런데 이분들은 정당을 만들기도 한다"고 지적하면서 종교 활동의 올바른 방향성을 판단하는 자신만의 2가지 기준을 언급했습니다.


그는 "여기에 정치적인 권력이 개입했는가? 권력을 더 잡고 싶은지 (여부)"이고, 두 번째는 "돈이 관련되어 있는가?"라고 밝혔습니다. 유 추기경은 "권력과 돈이 관계돼 있으면 즉시, 가능한 빨리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순수한 의도의 종교 활동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유 추기경은 "그런데 좋은 뜻을 가지고 권력도 없고 돈도 없다면 얼마든지 앞으로 나갈 수 있다"며 "그 경우엔 격려도 해주고 도와주는 게 (좋다). 교회에서 그렇게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치인에 대한 기도의 중요성도 언급했습니다. 유 추기경은 지난 4월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을 인용하며 "정치인들을 위해 기도하라. 정치인들을 위해 기도하지 않으면서 정치를 비판할 자격이 없다"고 전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 뉴스1윤석열 전 대통령 / 뉴스1


그러면서 "저에게도 정치인들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손석희가 "(그럼) 윤석열 전 대통령을 위해서도 기도했냐"고 묻자, 유 추기경은 "했다"고 답했습니다.


유 추기경은 "좀 자기로 올바로 살아가기를. 그리고 자기만이 아니라 대통령으로서의 역할이 있으니까 그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기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도의 효과에 대한 질문에는 신앙적 관점에서 답변했습니다. 유 추기경은 "(그런데) 보니까 내 힘으로는 바꿀 수 없다. 하느님 당신이 사랑이시고 전능하시니까 당신이 (윤 전 대통령의) 마음 좀 바꿔주십시오 하고 기도했다"고 말했습니다.


손석희가 "하느님께서 기도를 안 들어준 거냐?"라고 재차 묻자, 유 추기경은 우리는 지금을 보고 한 달, 1년을 보는데 그분(하느님)은 우리(의) 긴 삶을 보시기 때문에 기도할 때는 인내도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유흥식 추기경 / 뉴스1유흥식 추기경 / 뉴스1


12·3 비상계엄 상황을 언급하며 하느님의 섭리에 대해서도 설명했습니다.


유 추기경은 "예를 들면 이번 상황을 볼 때 (12·3 비상계엄 당시) 헬리콥터가 30분만 일찍 떴어도 결과가 어떨지 모른다. 그리고 우리 군인들이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방해했다면 (결과가) 달라진다"며 "제 기도를 하느님이 즉시 들어주시지만 (어떤 땐) 나중에 들어주시고 어떨 때는 기도 하기 전에 좋은 길로 이끌어주는 것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한국천주교 역사상 네 번째 추기경인 유흥식 추기경은 지난 2021년 6월11일(현지시각)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에 임명됐으며, 이듬해 2022년 5월29일 추기경에 임명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