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바람 피워도 강사할 수 있나요?"... '3개월 교제' 전남친 직장에 폭로한 여성의 최후

전 연인과의 사적 갈등을 온라인에 폭로하는 행위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15일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방법원은 헤어진 연인의 사생활을 인터넷에 공개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해당 게시물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제보가 아닌 감정적 비난에 불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A씨와 피해자 B씨는 2023년 12월 클라이밍 동호회에서 만나 약 3개월간 연인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hkj.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는 교제 중 B씨가 다른 여성과도 교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이를 공개적으로 알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A씨는 2023년 9월 컴퓨터를 통해 B씨가 소속된 클라이밍센터 홈페이지의 1:1 문의 게시판에 "암장에서 바람을 피우는 사람도 강사로 일할 수 있는 곳인가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해당 게시물에는 "크루활동 중 해당 강사와 사귀게 됐는데 헤어진 후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내용과 함께 "(B씨가) 누나 같은 정상인은 자제하는 거고 본인은 통제력을 상실한 사람이라는 비정상적 발언을 했는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있나요?"라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분노가 가라앉지 않은 A씨는 다음달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전 남자친구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게시하며 "생일에 생겨버린 레전드 썰", "바람피는 클라이밍 강사 조심하세요" 등의 문구를 함께 올렸습니다.


img_20210903194249_tvyd5bew.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여기에는 B씨가 근무하는 암장의 위치를 암시하는 표현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홈페이지 글은 민원 제기일 뿐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없어 공연성이 없다"며 "인스타그램 글은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고, 단순 희화 목적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공연성에 대해 "해당 게시판은 회사 관리자와 직원 등 여러 사람이 접근 가능하며 실제로 B씨 소속 회사 직원이 B씨에게 그 글을 언급한 사실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인사·감사 부서가 아닌 일반직원이 볼 가능성이 있음에도 글을 작성해 전파가능성을 인식하고 용인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정성 부분에서도 법원은 "피해자의 얼굴이 영상에 명확히 드러나 있고, 'OO 소재 암장'이라는 표현으로 피해자를 식별할 수 있다"며 "클라이밍 동호회 회원 상당수가 B씨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로, 피해자를 알아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재판부는 공익 목적이라는 A씨의 주장도 일축했습니다. "피고인 스스로 'B가 홍보모델로 고용되는 것을 막고 싶었다', '재밌어서 올렸다'고 진술한 점을 보면 개인적 감정이나 사적 보복에서 비롯된 행위"라며 "게시 내용은 피해자의 사적 연애관계와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공공의 이익과는 무관하다"고 밝혔습니다.


윤중환 법무법인 에스 변호사는 "현재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위한 논의가 활발한 상황이지만, 아직까지는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사적 제재로 볼 수 있는 폭로를 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