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강제수용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책임 범위를 확대해야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정부의 공식 지침 마련 이전 수용 피해에 대해서도 국가가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13일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형제복지원 피해자 5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고 밝혔습니다.
원심 재판부는 '부랑인 신고·단속·수용·보호와 귀향 및 사후관리에 관한 업무처리지침(훈령)'이 발령된 1975년 이전 수용기간을 위자료 산정에서 제외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은 것입니다.
부랑인이 형제복지원에 들어가는 모습 / 진실화해위
형제복지원은 박정희 정권 시절 부랑인 선도를 목적으로 내무부 훈령에 따라 설립된 시설인데요. 1975년부터 1987년까지 운영 기간 동안 약 3만8000여 명이 강제수용됐으며, 이 중 650여 명이 강제노역, 폭행, 성폭력 등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1심 재판부는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총 145억여 원 가량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2심 역시 정부의 항소를 기각하며 원심을 대부분 유지했으나, 피해자 5명이 요구한 1975년 이전 수용 기간에 대한 배상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다른 판단을 내렸습니다. 대법원은 "원고들이 1975년 이전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된 것에 관해 피고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피해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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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또한 "훈령 발령 전부터 부랑아 단속 및 수용조치를 지속했고, 이는 위헌·위법한 이 사건 훈령의 발령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훈령 발령 이전 있었던 단속 및 강제수용에 관해 위법한 국가작용이 성립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의 배상 범위가 확대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서울고등법원은 대법원의 취지에 따라 1975년 이전 수용 기간도 포함해 새롭게 배상액을 산정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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