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에서 열린 성평등 토크콘서트에서 2030세대 청년들이 직장과 사회에서 겪고 있는 성차별 경험을 생생하게 증언했습니다.
지난 10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9일 성평등가족부가 청주 오창과학산업단지 혁신지원센터에서 개최한 제2차 성평등 토크콘서트 '소다팝'에서 충북지역 2030세대 남녀 청년 18명이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과 함께 지역에서의 성별 인식 격차 및 성별에 따른 기회를 주제로 솔직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20대 여성 주모씨는 직장에서 겪은 성차별 사례를 구체적으로 털어놨습니다.
주씨는 "회사에 과일 선물이 들어오면 여직원들이 씻고 깎아야 합니다. 점심을 같이 먹으면 여직원들이 치우고 남자 직원들은 그냥 갑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직을 통해 서울과 대전을 거쳐 청주로 온 주씨는 "피부가 안 좋아져서 화장을 안 하고 출근했는데 '예의가 아니지 않느냐'는 소리도 들었다"며 "남자 직원들도 눈썹 정리하고 오라고 하니 '여자랑 남자랑 같냐'며 공개적으로 타박을 들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주씨는 "제 꿈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돈을 벌어서 청주를 떠나는 것"이라며 "타지에선 이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다시 수도권으로 돌아가려고 한다"며 울먹이기도 했습니다.
30대 여성 직장인 최모씨도 비슷한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최씨는 "제 직무에는 '커피 타기'가 없는데 손님이 오면 저한테 시키더라"며 "왜 제가 해야 하는지 반문하니 '네가 여자고 제일 젊잖아'라는 얘기를 너무 당연하게 해서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30대 여성 자영업자 A씨는 면접 과정에서의 부적절한 질문을 지적했습니다.
A씨는 "과거 면접에서 '연애하고 있냐'거나 자기 얼굴에 대해서 물어보는 면접관도 있었다"며 "면접 금지 문항 기준과 면접관 교육이 지역 현장에도 더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제안했습니다.
남성들도 성차별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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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성 취업준비생 이모씨는 "공공기관에서 잠시 인턴으로 일할 때 '남자가 육아휴직을 쓰면 승진은 포기한 거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며 "성 역할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남성이 주부 역할을 하고 여성이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모습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성별에 따른 고용 기회 불평등도 주요 이슈로 제기됐습니다.
20대 간호학과 남학생 유모씨는 "요즘은 간호사가 되려는 남자도 많지만, 병원 서류전형 합격 비율은 여자가 8, 남자가 2 정도"라며 "소아과나 산부인과는 남학생을 거의 뽑지 않거나 뽑더라도 특수파트로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습니다.
유씨는 "남학생들도 여성과 동등한 역량을 가진 한 사람으로 봐줬으면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20대 건축계 여학생 이모씨는 "제가 지망하는 건축에너지 분야에는 여학생이 드물다"며 "남학생과 같은 성과를 내더라도 '여성이라 현장 업무가 힘들지 않겠느냐'는 선입견과 과도한 우려의 시선을 느낀다"고 하소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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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며 "사회가 여성의 전문성과 역량을 성별 프레임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30대 여성 창업가 우모씨는 경력 단절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우씨는 "이른 나이에 부모가 된 뒤 경력 단절을 겪었다"며 "충북은 제조업과 기술 산업이 많아 관련 경력을 살릴 직장을 찾기 어려웠다. 창업을 선택하게 된 것도 경력 단절 때문이었다"고 전했습니다.
반면 성차별이 많이 해소됐다는 긍정적인 의견도 나왔습니다.
30대 남성 직업군인 김모씨는 "처음 군에 들어왔을 때는 여성 화장실조차 부족했고, 여군은 갈 수 있는 보직이나 해외교육 기회가 제한됐다"며 "반면 당직은 대부분 남군이 맡는 등 격무는 남성이 전담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회상했습니다.
김씨는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부서에서 여군과 남군이 함께 근무하고, 당직도 공정하게 운영된다"며 "이제는 사실상 거의 평등해졌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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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 예비 창업자이자 전 운동선수인 김모씨는 "성평등 정책은 많이 진전됐고, 여성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사회 전반의 인식은 여전히 예전 프레임에 머물러 있다"며 "여성은 보호받아야 할 존재, 남성은 특권층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이 여전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2023년 KBS와 한국리서치가 18세 이상 성인 남녀 1천27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70.4%는 '남성 차별이 심각하다'고 답했고, 20대 여성 70.3%는 '여성 차별이 심각하다'고 답해 인식차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